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오동추야 달이 밝아...

삼천포깨비 2006. 12. 20. 01:08

정치인들이 잘 하겠다는 다짐하고서도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것 보면 처음 했던 말은 다 수정해야 한다. 그렇듯이 나도 뻑하면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는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지...ㅎ

 

늦게나마 컴에 붙어 있으면서 블로그에 들리게 된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오늘 저녁 늦게 손님 두분이 불쑥 꺼낸다는 말이 '부탁 하나 하겠다'는 거였다.

나는 김밥 주문이라도 하는가 싶어서 '몇 줄이요?'했다.

'김밥이 아니라...'면서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펼쳐 읽어 본 내용인 즉 새해 소망을 담은 글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사천시에서 사천일보에 올리기 위해 각 동마다 두명씩 선정하였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니 이런 영광스러울데가...ㅋㅋ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싶어서 선뜻 답을 해 놓고 나니 세상에 쉬운게 어딨든가...

그래도 이 시간 다 되어서 마무리 하고 내친 김에 한 줄 써서 안부겸 내 사는 일 전하고 싶었다.

 

그동안 좋은일도 있었고 궂은 일도 있었다.

오늘 하루만 해도 희비가 엇갈리는데 석달이 가까운 시간 얘기하라면 말 하기 전에 숨 넘어갈것 같다.

으... 이... 구...

 

족발은 전보다 많이 나아져서 매상에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에겐 큰 발전이고 아직 삼천포 중앙시장을 떠나지 않는것도 포함된다.

벌써 조짐은 좋지 않아서 여차하면 발을 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골 손님으로 버티기작전이다.

오늘 들은 이야기지만 홈플러스가 내년 칠월이면 개점한다 하니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거기다 어제까지 있던 손님이 오늘따라 똑 떨어져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런데 슬이아빠 말 하는것 좀 들어 보소.

낮에 족발을 솥에서 건져 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것 참! 희안하네... 오래 삶지도 않았는데 처지네..."

족발이 너무 물러서 발목이 툭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언제 넣었는데?"

"오늘 넣었지..."

나는 슬이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면서 더 이상 대꾸 않고 돌아서서 내 하는 일 찾아 했다.

 

"용화이 사장! 한 해 다가는데 망년회 같은거 함 하자! 우선 술 한병 두가. 같이 술 한 잔 하자."

목소리나 작나...

갑자기 가게에 뛰어 들면서 슬이아빠를 향해 다짜고짜 망년회하자 했다가 술 한 잔 하자며 떡사장이 하는 소리다.

마침 슬이아빠는 족발을 깨끗이 진열대에 올려 놓고는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였다.

"아직 감기가 안 떨어졌고 술 먹으면 배달도 못해서 안 되겠네요."

"젊은 사람이 감기는 맨날 천날 달고 다니노? 한 병 두가. 정말 못 마시겠나? 우리 망년회는 한 번 해야겠는데 한 번 날 잡아 보지 그래?"

앉아서 티비에 눈을 두고있던 슬이아빠는 슬며시 손을 올리더니 손바닥을 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검지 손자락 마디를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짚어 내린다.

"오. 동. 추. 야. 달. 이 밝. 아~~~ 28일로 나오네요." 하면서 떡 사장 얼굴을 쳐다 본다.

그것도 무표정으로...

"머라꼬? 오동추야 달이 밝아 하니까 날짜가 나오나? 나도 함 해 보자. 어떻게? 하면서 떡사장은 손바닥을 펴서는 슬이아빠 하는대로 따라 한다.

"오. 동. 추. 야~~~ 달. 이. 밝. 아~~~ 오동동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