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추야 달이 밝아...
정치인들이 잘 하겠다는 다짐하고서도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것 보면 처음 했던 말은 다 수정해야 한다. 그렇듯이 나도 뻑하면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는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지...ㅎ
늦게나마 컴에 붙어 있으면서 블로그에 들리게 된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오늘 저녁 늦게 손님 두분이 불쑥 꺼낸다는 말이 '부탁 하나 하겠다'는 거였다.
나는 김밥 주문이라도 하는가 싶어서 '몇 줄이요?'했다.
'김밥이 아니라...'면서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펼쳐 읽어 본 내용인 즉 새해 소망을 담은 글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사천시에서 사천일보에 올리기 위해 각 동마다 두명씩 선정하였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니 이런 영광스러울데가...ㅋㅋ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싶어서 선뜻 답을 해 놓고 나니 세상에 쉬운게 어딨든가...
그래도 이 시간 다 되어서 마무리 하고 내친 김에 한 줄 써서 안부겸 내 사는 일 전하고 싶었다.
그동안 좋은일도 있었고 궂은 일도 있었다.
오늘 하루만 해도 희비가 엇갈리는데 석달이 가까운 시간 얘기하라면 말 하기 전에 숨 넘어갈것 같다.
으... 이... 구...
족발은 전보다 많이 나아져서 매상에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에겐 큰 발전이고 아직 삼천포 중앙시장을 떠나지 않는것도 포함된다.
벌써 조짐은 좋지 않아서 여차하면 발을 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골 손님으로 버티기작전이다.
오늘 들은 이야기지만 홈플러스가 내년 칠월이면 개점한다 하니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거기다 어제까지 있던 손님이 오늘따라 똑 떨어져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런데 슬이아빠 말 하는것 좀 들어 보소.
낮에 족발을 솥에서 건져 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것 참! 희안하네... 오래 삶지도 않았는데 처지네..."
족발이 너무 물러서 발목이 툭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언제 넣었는데?"
"오늘 넣었지..."
나는 슬이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면서 더 이상 대꾸 않고 돌아서서 내 하는 일 찾아 했다.
"용화이 사장! 한 해 다가는데 망년회 같은거 함 하자! 우선 술 한병 두가. 같이 술 한 잔 하자."
목소리나 작나...
갑자기 가게에 뛰어 들면서 슬이아빠를 향해 다짜고짜 망년회하자 했다가 술 한 잔 하자며 떡사장이 하는 소리다.
마침 슬이아빠는 족발을 깨끗이 진열대에 올려 놓고는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였다.
"아직 감기가 안 떨어졌고 술 먹으면 배달도 못해서 안 되겠네요."
"젊은 사람이 감기는 맨날 천날 달고 다니노? 한 병 두가. 정말 못 마시겠나? 우리 망년회는 한 번 해야겠는데 한 번 날 잡아 보지 그래?"
앉아서 티비에 눈을 두고있던 슬이아빠는 슬며시 손을 올리더니 손바닥을 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검지 손자락 마디를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짚어 내린다.
"오. 동. 추. 야. 달. 이 밝. 아~~~ 28일로 나오네요." 하면서 떡 사장 얼굴을 쳐다 본다.
그것도 무표정으로...
"머라꼬? 오동추야 달이 밝아 하니까 날짜가 나오나? 나도 함 해 보자. 어떻게? 하면서 떡사장은 손바닥을 펴서는 슬이아빠 하는대로 따라 한다.
"오. 동. 추. 야~~~ 달. 이. 밝. 아~~~ 오동동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