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오시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해가지고 밤이 되었다.
얼른 하루가 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시계도 바라보고 쉴새없이 왔다갔다하며 때웠다.
그냥 서 있으면 발끝이 시리고 손도 차가워져서 손마디가 구부러진다.
물 묻히기도 싫은 날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땅은 얼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어 손에 붕대라도 감고 싶었다.
어제처럼 하느님이 나타나 주길 빌어본다.
십이월이 되어도 내내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면서 바람까지 많이 불었다.
갓 건져낸 족발엔 하얀 김이 술술~ 나면서 먹음직스러워 침을 꼴깍 삼킬 정도였는데 금방 식으면서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두시간이 지나고 세시간이 지나도 팔리지 않았지만 손님이 오천원어치라도 사러 오면 내 얼굴은 곧바로 혈색이 꽃봉오리로 변한다.
잘 팔리면 두번이 아니라 세번 네번 삶아 내는데 하루 지난 족발하고 한번 삶아낸 족발만 다 팔아도 섭섭지 않을 만큼은 되는데 시간이 갈 수록 풀이 죽는다.
장사가 안 되는 날은 온갖 힘을 다해도 하는 수가 없는건 안다.
그러면서도 손님이 걸어 오고 있는 쪽으로 몸을 향하고 있다가 앞집 족발집에 손님이 여럿 있는 걸 보곤 얼른 뒤로 돌려 버렸다.
슬이아빠는 자꾸 쳐다 보고 있다간 병 생긴다며 한바퀴 돌아 다니다 오라고 한다.
호떡 하나 사 먹고 오겠다며 해방된 기분으로 가게밖을 나섰다.
한참을 맘 편하게 할 짓 다하고 가게에 오니 족발이 반 이상이 비워졌던 것이다.
"이 많던 족발 어디갔어?"
"하느님이 왔다 갔지."
"하느님?"
"니는 설명해도 누군지 모른다. 어쨌든간에 우리한텐 하느님이지... "
누군지는 몰라도 하느님 만난것 보다 더 기쁘다.
오늘도 상상 못할 만큼 놀라운 일이 또 벌어졌다.
그 분이 또 오셨다.
열시가 다 되었는데 내일 팔면 되겠지...하면서 랩으로 싸고 정리하는 중에 배달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은 전화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