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깨비 2007. 12. 18. 00:12

"이슬아~ 등반밑이라고 아나?"

"예?"

"니 등반밑이라고 첨 들어보제?"

"네... 와예?"

"아. 글씨~ 덕이네가 내 고기 주우다가 지 소쿠리에 얹을라케서 '등반밑에 수저 줍기'라 안했나?"

"그런 말도 있어요? 먼 말인데요?"

"등반밑이 옛날에 정지에 보면, 정지는 부엌을 보고 정지라 켓다. 그 정지에 아궁이 있고 솥단지 걸렸는데, 솥단지 위에 선반있제? 그릇 씻어 올려 놓는 곳이거든. 거기가 등반밑이라는 거야. 그릇 씻어 올리면서 수저도 같이 놓는데 떨어져봤자 그 밑이니 등반밑에 수저 줍기라는 말이라는거야."

"예에..."

"오늘 우연히 새 말이 나와서 니 불러봤다."

 

"이슬아~"

"네?"

"니는 안 울고 싶드나?

"또 와예?"
"어제 전수다 장사 안되어서 울고 싶다고 하는데 니는 안 울었나?"

"똑같죠. 저라고 특별나요?"
삼공일이면 문 닫는 가게가 많다.

정육점이랑 횟집이 첫 공일하고 셋째 공일에 문을 닫는데 진주할머니 자리엔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시장통이 더 형편없어 보였다.

진주할머니 자리는 시장통에선 최고로 명당자리로 꼽히는데 누구도 앉으려고 눈치 보는 사람도 없고 장사가 조금만 안 되어도 여기 저기 옮겨 다니던 할머니도 자리 옮길 생각도 없이 점잔빼고 있었다.

너덧시만 되어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간이었지만 집에 가자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면서 곧 파장되고 말았다.

 

10시까지 배달한다고 했으니 나는 밤늦도록 시장을 지켰는데 하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족발은 많이 있겄다 아침에 늦게 나갈 생각에 헐렁헐렁한 내복차림으로 이를 닦고는 머리감으려 샤워꼭지를 틀었다.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물먹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얼른 통화버튼 눌렀다.

배달전화였다.

슬이아빠가 먼저 가서 가게 문 열고 있을거지만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얼굴에 로션 바를 사이도 없이 택시 잡아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오만원이 넘는 주문이니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신속하게 배달하고 오늘 일진은 대박이다 싶었다.

그런데 신통치 않아 할머니들하고 맞장구치며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았다.

 

덕이네가 선이할머니 곯려 줄 요량으로 선이할머니 소쿠리에서 떨어진 서대를 자기 소쿠리에 담았는데 눈치빠른 할머니 못 봤을리 없다.

누가봐도 분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서대인데도 자기 물건인지 남의 물건인지 알아본다는게 나는 더욱 신기하다.

이런저런 이야기 그냥 넘기지 않고 사전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단어들 알려주는 통에 무슨 말인지 확인하려 인터넷 검색하다 잠깐 올려본다.

등반이라고 해도 없고 등방이라고 해도 없다.

평소 쓰는 말인것 같은데 어디로 사라졌을까?

소리나는대로 해도 안되고...

거기다 하느님도 안 보이니 어쩐다...

이렇게 답답한 날,  둘 다 공개수배하면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