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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바가지

삼천포깨비 2008. 12. 15. 11:26

12월 들어 슬이아빠 일 한 시간은 42시간이다.

보름을 치면 130시간 이상은 했어야 한다.

직시급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돈이라는건 슬이아빠가 일하러 나가면서 금방 알아낸건 아니었다.

노가다하는 여편네들은 적기장에 남편 일한 시간을 꼼꼼이 적는게 상식선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회사에서 알아서 쳐 주는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본인이 체크한 시간하고 회사에서 계산하고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게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는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할거라고 보고 엊저녁은 평소보다 일찍 가게를 닫았다.

남들은 일찍 열고 남보다 늦게 문을 닫아야 그만한 노력의 댓가가 나오지 않겠냐는 말도 오늘만큼은 안중에도 없다.

한 달에 십만원이 넘는 전기세는 간판에서 다 잡아 먹는데 그거라도 아껴야할 판이다.

 

벌써 슬비가 아빠작업복을 옷걸이에 단정하게 걸어서 현관쪽에 모셔놨다.

슬이아빠는 가게서 들고 온 소주 한 병을 상위에 놓더니 전에 먹던 과메기하고 안주할거라고 했다.

아이들은 귤이랑 사과랑 식구들 같이 먹게끔 담았다.

슬이가 진주로 파포급수 시험을 보러가서 이모부랑 인효와 지효를 만났던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러더니 학교회장 출마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는데 슬비가 여간 질투가 심한게 아니다.

언니때문에 저만 망했다고 생각이 드는건지 자기가 받았던 상장꾸러미를 들고 보라며 펼쳐 놓는다.

슬이는 벌써 눈치를 챘던건지 이야기 방향을 돌렸다.

-우리 그러지 말고 언니가 수수께끼 낼테니 잘 들어봐라. 늑대 세마리와 병아리 세마리가 있는데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하거든. 그런데 늑대보다 병아리 수가 작으면 바로 잡아 먹히는거야. 어떡하든 안 잡아 먹히게 건널 수 있는지 해봐.

슬비는 언니 이야기가 다 끝나기 전에 무슨 문제인지를 알았다.

이미 며칠전에 꼬야아저씨랑 풀었던 것이다.

그랬어도 한번에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어? 이상하다.

연습장에 볼펜으로 그었던 선이 더 이상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새카맣게 변하자 안되겠다는 생각에 동전을 모아놓은 통에 십원짜리와 오십원짜리를 꺼냈다.

그렇게 여러번 옮겨 보더니 싱겁게 끝냈다.

-그럼. 형제중에 한 사람이 나이 두살을 빼서 보태면 배가 되고 세살을 빼서 보태면 세배가 되는 숫자는?

-엥? 그런게 어딧어.

슬비는 더하거나 빼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포기상태다.

-힌트...

-음... 그럼 힌트는 쌍둥이라는거.

-6이구만.

-와. 엄마 어떻게 알았어?

-나두 봤어.

-에이~

 

슬비는 더 이상 재미가 없는지 티비를 보면서 질문한다.

-언니~ 저 사람 누구야?

-윤수일.

-지금 노래 제목은 모야?

-아파트?

슬이는 윤수일노래에 아파트만 생각났는가 봐.

-아니?

슬이와 슬비에겐 가수나 노래가 생소했을건데 제법 아는 척한다.

-아닌데. 엄마. 소방차가 아파트 불렀지. 그치이~

-아니...

윤수일이는 지금 황홀한 고백을 노래하고 있었다.

슬이가 아파트냐고 묻는걸 아니라고 했던 대답이 무슨 결말이 난것처럼 슬비가 맘대로 꾸며댄다.

-다 아니야. 아니라구. 윤수일이가 금방 부른 노래가 아파트가 아니라는거구 소방차는 아파트가 아니라구.

-그럼 엄마~ 소방차는 뭘 불렀어?

-맨션!!!

대답은 아빠가 했다.

가만히 듣기만 하던 아빠가 한다는 답이 맨션이다.

슬이와 슬비와 엄마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웃음 바가지가 터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