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깨비 2009. 3. 5. 15:54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게 없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중에서-

 

안녕?

오랜만에 실없이 나타났다고 욕하지 마라.

부부가 일심동체라고 슬이아빠는 조선소에서 막장 일 하는데 내가 무슨 신바람나서 쥐방 들어 오겠니.

시간 남아돌고 하는 일 없어 빈둥거려도 컴퓨터 앞엔 더 가까이 하지 못 하겠드라.

한 오개월을 공사판에 철근일하고 일이 끊어지면 조선소에서 일을 배우더니 이젠 자리 잡힌거 같어.

첨엔 친구 따라가서 시다바리하다가 기분 나쁘다고 뛰쳐나오는 친구 꽁무니 따라 나와야했지.

혹시나하고 친구 낚시가는데 까지 눈치보아가며 쫒아가던 슬이아빠가 보기도 안됐드라만 모르는 척 했어.

하는 장사가 좀처럼 끝이 보이는것 같지 않아 무엇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거든.

어깨에 피딱지가 앉고 얼굴이 하얗게 일어나서 보기가 눈물겹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거니 어쩔 수 없었지.

생전 장사밖에 몰라 일이라곤 모르다가 험한 일 가리 늦게 배운다고 욕 봤을거다.

 

자영업자 수 42만명이 감소하고 점포정리한다고 해도 이제 내는 끄덕없다.

슬이아빠가 벌어오는게 있으니 안되는 장사라도 버틸 수가 있거든.

요즘들어 더 많이 힘들고 어려움을 모두 다 같이 느끼고 있으리라 봐.

내 경우는 오히려 휴식기간이라 생각하고 계획한 일들을 남는 시간에 두드려 맞춘다고 할까.

일절 다른데 눈 돌릴 틈은 없는거고.

 

나는 마치 문이 닫힌 틀 속에서 고요에 가까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

그저 미친듯이 허기진듯이 책이나 탐하면서 그 가운데 성경필사를 하고 장삿일에 바쁘면 바쁜대로 장사에 신경쓰고...

살아가면서 아무일 없다는건 거짓말일게야.

말 못할 사정들 마음의 한켠에 신상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지만 시나브로 사라져주기를 은근히 바래본다.

그중에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아이들 문제 아니것냐.

해라 해라 해도 안 하는 공부야 입만 아프면 그만이지만 가는 길이 자꾸만 삐뚤어지는데는 손목때기 발목때기 다 분질러 버리고 싶드라.

몇 달의 피나는 노력끝에 한시름 놓고 다시 책을 손에 잡는다.

살며 생각하며 사랑하며 미워하며 용서하는 가운데 이 모든게 번민의 함정일 수 밖에 없는거 같다.

그나마 책 속에 파묻히는 이 순간 희망을 향하는 색다른 눈짓이 아닌가.

 

 

 

 

출처 : 60년 쥐들의 세상
글쓴이 : 홍천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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