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스크랩] 내 가방 내 놔라...
삼천포깨비
2009. 5. 25. 10:13
야채장사하는 둘이 이모가 난감해 하면서 어쩔줄을 모른다.
"할머니~! 여기 가방 안 갖고 오셨어요. 어디 딴데 두고 왔나 생각 해 보이소."
"내 가방 내놔라... 내 죽어도 몬 간다."면서 할머니는 맞은 편 만두가게 편상에 걸터 앉았다.
"와? 무슨 일이고?"
"저 할매가 자꾸 나보고 가방 숨가 났다고 내놔라 안카나..."
"할매~! 그 새대기가 금덩이 주어도 돌려 줄 사람입니더...단디 생각 함 해 보이소..."
선이 할머니가 이쪽 저쪽 쳐다보면서 양쪽다 딱해 보였던지 참다 못해 한마디 건넸다.
"에구...에구...내도 어찌 될지... 저리 될까 무섭다.“
철이 할머니가 안쓰러운지 혀를 차면서 가방 내놓으라며 어깃장 부리며 앉아 있는 할머니를 쳐다 본다.
“시금치 천원어치 사고 내 한테 천원밖에 더 줬습니까? 손에 아무것도 안들었던거 같데예. 한번 더듬어 보이소.”
“내 가방 내놔라!”
“여기 가방 하나 있는데 할머니가방 맞는가 보이소.”
재민네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면서 소리쳤다.
코스모스신발가게 앞에 한데 가방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강아지마냥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저 가방 맞는갑다.”
“어? 맞네...”
“할머니가 정신이 오락 가락하는 모양이제... 엉뚱한데서 가방 내 놔라 하니 기가 막히서 죽는줄 알았다.”
둘이이모는 이제사 안심을 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방쪽으로 걸어가는 할머니 뒤에다 대고 성가신 억지에 벗어났다는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했던 마음이 안정될 무렵에 여자손님이 다가 왔다.
“맛있어요?”
“네. 괜찮아요. 그런대로... 입에 맞을는지 잘 모르지만 한번 더 볶을 때 물을 약간 둘러서 다 볶아지면 참기름 좀 넣어주고 깨 조금 뿌려주면 맛 날거예요.”
“물? 물을 부으면 무슨 맛이 날려고...”
부티나게 차려 입었고 얼굴도 이뻐 쳐다 보다가 말까지 더듬 더듬대면서 요목 조목 설명을 했다. 그런데 꽤나 깐깐한 여자가 잡채쟁반을 요리 조리 살피는 꼴을 볼라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이천원을 내밀기 까지 시간이 입이 아프도록 설명을 해야했으니 기분 좋을리는 없었다. 돈을 받고 봉지에 싸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순간이다.
“저번에 사갔는데 맛이 없었는데 내가 왜 사가지?”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네? 입에 맞는 사람도 있고 입에 안맞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일루 주이소. 가져가서 맛 없으면 어차피 버릴건데... 잡채 사러 오는 사람 많은께 걱정 마이소.”
가지고 가던 잡채 봉지를 낚아 챘다.
“이왕 샀는데 가져 가야지...” 하면서 봉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움켜 쥔채로 물러서더니 홱 돌아서 가버린다.
참말이지 말도 얄밉게도 한다. 뒤에 오뎅을 먹던 아줌마가 빈정대었다.
“지깐게 머 잘났다고 사면 사고 말면 말지 맛이 있니 없니 씨부리쌌노... 흥!”
집에서 입은 채로 그냥 나왔는지 머리도 푸석하니 약간은 추레해 보이는 아줌마는 잡채 봉지를 손가락에 걸고는 살랑 살랑 걸어가는 여자 뒤통수를 째려보고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잡채를 사가는 여자와는 대조적이었지만 몇마디 뱉은 말투에서 시원 시원하고 앗쌀한 성격같았다. 오뎅 세 개나 먹고 천원을 주면서 백원짜리 잔돈 받지 않고 가는 아줌마는 자주 온 손님같았지만 그 친한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거 같았다. 그니나 나나 성격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으로 앞으로 오게 되면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일 시무룩이다. 시장통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대관절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입을 꾹 다물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꼭 고문실에 취조 당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늘따라 재민네는 손님이 따북 따북 들어서는게 보였고 난 할 일없어 팔짱 낀 채로 앉지도 않고 독을 피우며 서 있었다. 이유없이 눈물이 쏟을것만 같아서 참고 참는 중이었는데 슬이아빠가 눈치를 챘는지 슬쩍 피해주는 눈치다. 정비공장에 맡겨놓은 차 핑계대고 다녀오겠다는 소리에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얼씨구나 하면서 핸폰부터 꺼냈는데 막상 통화버튼 누를곳이 마땅치 않아서 호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호주머니속에서 만지작거리며 먼산만 보았다. 잡 생각들만 벌컥 쏟아져 나온다.
새벽녘에 일어나 깜깜한 시장통에서 김밥싸던 일이며 종일 바빠서 슬이아빠 점심 그르게 만든 일이며 다음주에 또 새벽녘에 일어나 혼자 김밥을 싸는데 슬이아빠 따라 일어나 김밥을 썰어주고 담아주면서 손과 손이 부딪힐 때 내심 이런게 행복이구나 했다. 슬이아빠는 몇날 며칠을 말 않고 지내던 오기가 누그러졌는지 말도 걸어왔다. 무엇때문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찬가지로 나도 슬이아빠한테 말도 붙이기 싫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도 않고 다 했드랬다. 슬이아빠는 한번 해 보라는 듯이 앉아서 티비나 보고 붙박이처럼 한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힘에 겨웠는지 몸살기에 열이 펄펄 오르더니 입이 부르텄고 따끔 따끔거렸다. 약국까지 가지 않았지만 다른때 보다 일찍 잠들었고 늦게 일어나며 잠으로 기운을 보충시켰다. 사나흘만에 딱지 앉아서 립스틱 바르면 감쪽같이 남 보기에 그리 흉해보이지 않았다. 그랬는데 김밥을 도시락에 담으면서 슬이아빠가 입에 하나 넣어준다고 입에 갖다 대길래 입을 쫘악 벌리다 그만 딱지 앉은 입술끝이 따끔거리면서 찝찌름한 맛이 났다. 얼른 화장지로 입에 대고 거울을 봤다. 딱지가 벌어지면서 피가 찔끔 나온것이다. 큰 상채기는 아닌데 다시는 입을 벌리지 못할것만 같았다. 또 그랬는데.... 김치가게에서 겉절이 하나 들고 오는 수박언니 한테 김치 얻어 먹다가 그만 또 그날 아침보다 더 크게 입을 벌려야 했다. 그 다음 상황은 이 글을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기겠다. 흠~
내 생각들의 북새통속에서 며칠 동안을 이어보았다. 지나고 보면 다 좋은 날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지금 장사 며칠 안된다고 짜증으로 슬이아빠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니 떨떠름한 기분이다. 되풀이되는 다툼들을 잘잘하게 부수어 헹구고 오늘 밤 일찌거니 이부자리 펼 생각이나 해야겠다.
"할머니~! 여기 가방 안 갖고 오셨어요. 어디 딴데 두고 왔나 생각 해 보이소."
"내 가방 내놔라... 내 죽어도 몬 간다."면서 할머니는 맞은 편 만두가게 편상에 걸터 앉았다.
"와? 무슨 일이고?"
"저 할매가 자꾸 나보고 가방 숨가 났다고 내놔라 안카나..."
"할매~! 그 새대기가 금덩이 주어도 돌려 줄 사람입니더...단디 생각 함 해 보이소..."
선이 할머니가 이쪽 저쪽 쳐다보면서 양쪽다 딱해 보였던지 참다 못해 한마디 건넸다.
"에구...에구...내도 어찌 될지... 저리 될까 무섭다.“
철이 할머니가 안쓰러운지 혀를 차면서 가방 내놓으라며 어깃장 부리며 앉아 있는 할머니를 쳐다 본다.
“시금치 천원어치 사고 내 한테 천원밖에 더 줬습니까? 손에 아무것도 안들었던거 같데예. 한번 더듬어 보이소.”
“내 가방 내놔라!”
“여기 가방 하나 있는데 할머니가방 맞는가 보이소.”
재민네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면서 소리쳤다.
코스모스신발가게 앞에 한데 가방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강아지마냥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저 가방 맞는갑다.”
“어? 맞네...”
“할머니가 정신이 오락 가락하는 모양이제... 엉뚱한데서 가방 내 놔라 하니 기가 막히서 죽는줄 알았다.”
둘이이모는 이제사 안심을 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방쪽으로 걸어가는 할머니 뒤에다 대고 성가신 억지에 벗어났다는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했던 마음이 안정될 무렵에 여자손님이 다가 왔다.
“맛있어요?”
“네. 괜찮아요. 그런대로... 입에 맞을는지 잘 모르지만 한번 더 볶을 때 물을 약간 둘러서 다 볶아지면 참기름 좀 넣어주고 깨 조금 뿌려주면 맛 날거예요.”
“물? 물을 부으면 무슨 맛이 날려고...”
부티나게 차려 입었고 얼굴도 이뻐 쳐다 보다가 말까지 더듬 더듬대면서 요목 조목 설명을 했다. 그런데 꽤나 깐깐한 여자가 잡채쟁반을 요리 조리 살피는 꼴을 볼라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이천원을 내밀기 까지 시간이 입이 아프도록 설명을 해야했으니 기분 좋을리는 없었다. 돈을 받고 봉지에 싸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순간이다.
“저번에 사갔는데 맛이 없었는데 내가 왜 사가지?”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네? 입에 맞는 사람도 있고 입에 안맞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일루 주이소. 가져가서 맛 없으면 어차피 버릴건데... 잡채 사러 오는 사람 많은께 걱정 마이소.”
가지고 가던 잡채 봉지를 낚아 챘다.
“이왕 샀는데 가져 가야지...” 하면서 봉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움켜 쥔채로 물러서더니 홱 돌아서 가버린다.
참말이지 말도 얄밉게도 한다. 뒤에 오뎅을 먹던 아줌마가 빈정대었다.
“지깐게 머 잘났다고 사면 사고 말면 말지 맛이 있니 없니 씨부리쌌노... 흥!”
집에서 입은 채로 그냥 나왔는지 머리도 푸석하니 약간은 추레해 보이는 아줌마는 잡채 봉지를 손가락에 걸고는 살랑 살랑 걸어가는 여자 뒤통수를 째려보고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잡채를 사가는 여자와는 대조적이었지만 몇마디 뱉은 말투에서 시원 시원하고 앗쌀한 성격같았다. 오뎅 세 개나 먹고 천원을 주면서 백원짜리 잔돈 받지 않고 가는 아줌마는 자주 온 손님같았지만 그 친한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거 같았다. 그니나 나나 성격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으로 앞으로 오게 되면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일 시무룩이다. 시장통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대관절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입을 꾹 다물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꼭 고문실에 취조 당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늘따라 재민네는 손님이 따북 따북 들어서는게 보였고 난 할 일없어 팔짱 낀 채로 앉지도 않고 독을 피우며 서 있었다. 이유없이 눈물이 쏟을것만 같아서 참고 참는 중이었는데 슬이아빠가 눈치를 챘는지 슬쩍 피해주는 눈치다. 정비공장에 맡겨놓은 차 핑계대고 다녀오겠다는 소리에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얼씨구나 하면서 핸폰부터 꺼냈는데 막상 통화버튼 누를곳이 마땅치 않아서 호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호주머니속에서 만지작거리며 먼산만 보았다. 잡 생각들만 벌컥 쏟아져 나온다.
새벽녘에 일어나 깜깜한 시장통에서 김밥싸던 일이며 종일 바빠서 슬이아빠 점심 그르게 만든 일이며 다음주에 또 새벽녘에 일어나 혼자 김밥을 싸는데 슬이아빠 따라 일어나 김밥을 썰어주고 담아주면서 손과 손이 부딪힐 때 내심 이런게 행복이구나 했다. 슬이아빠는 몇날 며칠을 말 않고 지내던 오기가 누그러졌는지 말도 걸어왔다. 무엇때문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찬가지로 나도 슬이아빠한테 말도 붙이기 싫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도 않고 다 했드랬다. 슬이아빠는 한번 해 보라는 듯이 앉아서 티비나 보고 붙박이처럼 한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힘에 겨웠는지 몸살기에 열이 펄펄 오르더니 입이 부르텄고 따끔 따끔거렸다. 약국까지 가지 않았지만 다른때 보다 일찍 잠들었고 늦게 일어나며 잠으로 기운을 보충시켰다. 사나흘만에 딱지 앉아서 립스틱 바르면 감쪽같이 남 보기에 그리 흉해보이지 않았다. 그랬는데 김밥을 도시락에 담으면서 슬이아빠가 입에 하나 넣어준다고 입에 갖다 대길래 입을 쫘악 벌리다 그만 딱지 앉은 입술끝이 따끔거리면서 찝찌름한 맛이 났다. 얼른 화장지로 입에 대고 거울을 봤다. 딱지가 벌어지면서 피가 찔끔 나온것이다. 큰 상채기는 아닌데 다시는 입을 벌리지 못할것만 같았다. 또 그랬는데.... 김치가게에서 겉절이 하나 들고 오는 수박언니 한테 김치 얻어 먹다가 그만 또 그날 아침보다 더 크게 입을 벌려야 했다. 그 다음 상황은 이 글을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기겠다. 흠~
내 생각들의 북새통속에서 며칠 동안을 이어보았다. 지나고 보면 다 좋은 날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지금 장사 며칠 안된다고 짜증으로 슬이아빠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니 떨떠름한 기분이다. 되풀이되는 다툼들을 잘잘하게 부수어 헹구고 오늘 밤 일찌거니 이부자리 펼 생각이나 해야겠다.
출처 : 새작들21 / 네 멋대로 해라~홍천정보과학고 동문들의 방
글쓴이 : 도깨비 원글보기
메모 : 200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