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첩/주말농장

변하지 않는 이유

삼천포깨비 2011. 6. 9. 13:57

 

 

농사 짓는다는게 쉽지 않다는 거 알았지만 주말농장이 골칫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일과 사람한테 부대끼며 갖가지 번민과 잡다한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좋은 곳으로 여겼다.

자연의 풍성한 품속에 안기면 검은 마음이 하얗게 되는 순수한 의식이 시작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안 3주를 거르고 찾아 온 주말 농장은 차마 얼굴 못 들 정도로 미안했다.

상쾌하고 싱그런 맑은 공기는 그대로이고

평화스럽고 너무 조용해서 적적한 농촌 풍경은 그대로였다.

다만 주말농장 안에 우리 구역만 남달리 풀이 무성하고 열무 솎아 낸다고 했지만 그 후론 가지 못했더니 꽃으로 변해 있었다.

어쩌면 무심한 우리들에게 꽃으로라도 바치고 싶었다면 다시 반성하고 반성할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건 부녀회의 때 짚고 갈 문제로 남긴다.

 

슬비땜에 대전 가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장에 간 슬이아빠 뒤따라 난 헬스하러 갔다.

평소엔 아침 먹고 치우고 이웃고 커피 마시고 천천히 나설 일이지만 열시 반이면 교회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일예배만큼은 착실히 지키는 편이다.

지금까지 지내 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순간 새삶을 얻은 듯 가슴이 뭉쿨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내게 강같은 평화~ 내게 강같은 평화~~

다시 힘차게 찬양하고 목사님 기도로 예배는 시작되었다.

 

-지난 주 로또에 당첨 되신 분 계십니까? 조용~

지난 주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셨나요? 조용~

힘들 때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였나요? 조용~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러면 인도 하시리라.... 일제히 아멘~!!!

이렇게 살아가는데 하나님께 무슨 영광이 있겠습니까? 영광을 가리는거지요... 이런 삶을 살지 못 한 건 잊었다..는 겁니다. 설교 들을 때는 주님과 교제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지만 돌아 서면 일과 사는 일에 바빠서 잊는거지요. 만약에 생명이 위태로울 때엔 병원에서 지어 준 약 이름을 잊겠습니까? 살 수 있다는 약이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약을 사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예수님과 교제하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 다이어트 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진리를 잊어 버리고 사탄과 영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주님을 마음안에 모시어 말 한 마디 행동하나 주님께 성령에 감동으로 살아 갈 때 상상 할 수 없는 능력이 보여집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십시요...."

목사님의 설교는 계속 진행 되었다.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이유와 종교생활과 주님과의 교제에서 정말 고민하는 가운데 주님의 뜻이 무언지 설교였다.

 

예배가 끝나자 점심 먹고 가란다.

새신자가 본인을 위한 기도가 너무 감사해서 떡과 과일을 준비했다는 광고도 있었지만 누군지 궁금했다.

배식을 받고 식탁 앞에 앉으니 떡과 수박 참외 방울토마토 바나나가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엄청나게도 많이 산 모양이다.

지지난 주에 인사한 새 신자였는데 두번 이나 교회 밥을 먹은게 미안하여 교회 사람들을 점심 대접 하고 싶다고 했다나...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접하고 싶다고 하길래 수박 7통이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듯 많이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이 누가 전도 했는지 궁금해 한다.

-전도하는기 참 좋은기라. 교회 발 디디기 쉽나? 우리 오빠들은 세상 욕심 때문에 몬 나오는기라. 그래도 교회 가면 좋은데... 갈기라는 얘기도 하고... 앉아서 책 피고 찬송하는게 실타케.

옆에서 이야기 하는 할머니와 눈을 마주하고 듣다가 나도 고맙게 잘 먹겠다는 인사를 했더니 게면쩍어 했다.

들은 이야기로는 교도소 복역중에 성경을 접했고 그 인연으로 교회에 나오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아무튼 베풀 수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은 행복으로 대신 메워졌을게다.

나는 진심으로 고맙게 맛있게 먹고 커피까지 마시지는 못하고 자리에 일어나야 했다.

현이씨와 숙이씨와 주말 농장 가자는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리 부녀회의 자랑거리가 될 뻔 한 주말농장 도착 하였더니 공원으로 바뀐 줄 알았다.

주말 농장 사장님 전화가 생각났다.

-열무에 꽃이 펴서 너무 아름다워요. 언제 안 오실거예요?

-예... 저 요즘 어디 좀 다녀서요... 함 가께요...

언제 갈지 모르니 내 목소리는 자꾸만 기어 드는 것이다.

 

열무를 뽑아도 대체할 작물도 없고 꽃이 너무 이뻐 그냥 두기로 했다.

휑하던 주말 농장에 볼거리로 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농장 사장님과 같았다.

싹을 보고 당근을 심었는지 부추를 심었는지 대파를 심었는지 눈으로 확인 한다.

한쪽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잡초만 무성하다.

땅이 물러서 그런지 풀은 손으로 뜯어도 쑥쑥 뽑혀졌고 군데군데 호미질로 농장사장님한테 얻은 옥수수를 심었다.

상추도 어른 손바닥만큼 자라 나서 거의 다 따내야 했다.

어느새 숙이씨 현이씨 든 비닐 봉지에 가득 찼다.

커다란 장바구니같은 봉지라서 꽤 많은 양이었다.

이제 올 한해는  빼도박도 못하고 농사는 지어야한다.

한 여름 고추 따러 오고 옥수수 정말 생기는지 봐야한다.

가을 배추로 김장을 담아 보겠다는 생각을 하니 부녀회원들에게 서운한 생각 저만치 달아 나고 없다........

적극적인 숙이씨 현이씨 둘이씨한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