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남일대 해수욕장 데이트

삼천포깨비 2011. 6. 23. 22:51

하루가 얼마나 빠른지 아침과 저녁 사이 점심이 있었는지 조차 잊어 버릴 지경이다.

눈 떠서 식구들 밖으로 나갈 때 까지 밥 차리고 설겆이가 하나의 일과이건만 그런일이 있었는 조차 기억엔 없다.

그냥 반복적으로 한 달 전에도 그랬고 일주일 전에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던 거 처럼 틀림없이 내일도 똑같을것이다.

부지런을 떨 때는 이 방 저 방 청소기 돌리며 걸레질 하며 세탁기 다 돌아 갈 때 까지 음악을 틀어 놓거나 EBS방송에 팝송을 보면서 흥얼거리며 오전을 보낸다.

11층에서 커피타임이라고 연락이 올 때까지다.

 

오늘도 모처럼 컴 앞에 앉아 시애틀언니한테 멜 쓰려니 어김없이 문자가 온다.

곧장 11층으로 올라 갔고 며칠 게으름 피우며 느리게 갔던 헬스장을 시간 맞춰 가자며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런닝머신에서 5분이 지나자 땀이 비 오듯 한다.

40분에서 멈추고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했다.

백근이면 다이어트로 어마어마한 성공이지만 아직 과체중에다 체지방이 오바된 상태라고 하니 맘놓을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으로 비빔밥 양껏 먹고 6시에 장어집에 갔다.

나이 찬 자식들 있는 엄마들 끼리 혼인계 하나 하자며 모인 자리다.

한 달에 5만원씩 월회비를 내고 맛있는거 먹어 가면서 적립하여 행사 치룰 때 돈 백씩 태워 준다는것이다.

첫 모임이지만 같은 삼천포 살면서 어떤 사람은 같은 아파트 살면서 몰랐던 걸 보면 세상이 좁기도 하지만 넓기도 하다.

이웃이 계 하나 들자고 해도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하나 들어 놓은게 없는데 결국 이런걸 보면서 인연이 따로 있는가 보다 했다.

 

통성명하고 월회비 내고 연락처 적어 주고도 아쉬움에 자판기 커피로 밖에 평상에 앉아 이야기 나누다 헤어졌다.

숙이씨 둘이씨와 향촌 사는 금순씨 급한 일이 있다길래 태우고 먼저 출발했다.

향촌에 금순씨 내려 주고 집으로 가나 했더니 방향이 틀리다.

남일대해수욕장에 간다는 것이다.

어마낫~!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가 보지 못한 곳을 여자 셋이서 해수욕장 거닐 생각 하니 가슴이 벅차다.

 

러브카페 앞에 차를 세우고 코끼리바위쪽을 걸었다.

파도가 태평스럽게 밀려오면서 소리를 낸다.

신비의 세계로 통하는 길처럼 어두컴컴한 길을 걸으며 단숨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본다.

저기 어딘가에 꿈속 같고 근심 걱정 없고 행복하기 딱 알맞는 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불러 일으키는 곳이 보인다.

바다 한 가운데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 바다로 뛰어 들지 않았을까...

꽃을 보면 꽃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듯 바다를 보면서 바다 속에 제물로 바쳐졌던 순결한 처녀의 노래소리에 이끌리어 따라 갔는지는 알 수 없는것이다.

 

우리는 코끼리바위 근처까지 갔다 왔고 잠시 길거리 의자에 앉아 커피 마셨다.

가려나 했더니 반대쪽으로 구름다리 있는 곳까지 가잔다.

백사장은 아직 한산하다.

고삐잡힌 말처럼 나는 숙이씨 둘이씨 그녀들 사이에서 따라 갔다.

온갖 것 다 감상하며 흐느적거리며 걸었다.

나중에 그 흔해 빠진 연애 이야기가 될게 뻔한 백사장의 연인들 바라 보았다.

참 좋은 때다...

그래...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고이 접어 액자 속 그림처럼 평생 가져 다녀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

 

산호장을 지나 오렌지카운티를 지나 해수월드 지나 구름다리까지 와서 다시 오던 길로 왔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 둘이씨가 어느때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기분을 북돋아 준 덕에 더욱 그 뒷맛을 음미 할 수 있었다.

숙이씨 둘이씨 이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늘 부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