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등어... 성은....고씨...
"눈이 깜박 깜박~ 한마리 천원~ 이름은 등어~ 성은 고씨요~
자~~ 성은 고씨구예... 이름은 등업니다. 없는게 없습니다. 다 있는게 장바닥이요..."
"시끄럽다! 깜박이고 껌벅이고 시끄러버 몬 살것다. 하나도 몬 팔아 속에 천불이 나 죽갔는데 앞에 딱 막고 머하는 짓이고? 지데가서 팔든지 온 시장바닥 끌고 다니면서 지 신간만 편하면 되는기가?"
똑순이언니가 고등어를 다라이에 끈을 매달고는 끌고 다니면서 고등어 사라고 외치니 철띠기할매가 귀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른날같으면 같이 대들법도 했는데 오늘은 우째 기분나쁘다는 듯 눈만 흘기고는 멀찌감치 떨어진다.
철띠기할매는 똑순이언니가 눈앞에 사라져 보이지 않으니 노여움이 풀린거 같다.
비가 올듯 하다가 몇방울 떨어지고는 말았다.
하늘의 구름은 꿈쩍도 않고 조금은 거칠게 보인다.
비가 올까 말까하는 하늘 쳐다보던 명선네 낯빛이 불안스럽다.
그러면 환영받지 못하면서 어김없이 비가 떨어지고 낯빛이 편안해지면 비가 그친것이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제일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간다고 몇걸음가다가 멈추어섰다.
허리를 편 김에 아직 다친 허리가 낫지 않아서 괴롭다는 표정까지 짓는다.
"죽었다 살았다 아이가? 저승 갔다왔제. 오토바이 사고를 만나가고 두달이나 병원신세 짓다. 지금 삼십오만원짜리 약도 지이 묵고 팔자 폈는데 아즉 허리가 아프다. 자슥들이 어찌나 가축을 잘 해주든지 호강하고 왔다. 세때 밥 다해주고 이제 장에 가지마소..소리가 떳다. 안 나올수가 있나? 밭이고 머고 난다리 돼 가꼬 세에 자빠졌는데...정구지고 고구마 쭐거리고 지다 시이가 그거라도 끈어다 팔라꼬 당긴다."
허리 아프다는 할매가 한가로이 입도 아프게 떠들다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달달 끌고 지나갔다.
비가 겁나는 사람은 뒤따라 집으로 향하는 이도 있었지만 시장은 왁자지껄하였고 사람들끼리 지나면서 어깨나 팔꿈치가 부닥치는 불편한 순간도 있었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고 보면 관광버스가 중앙시장에 들어온거 같다.
통영으로 등산을 다녀오면서 바닷길로 서너시간 구경하고는 삼천포 중앙시장에 들렀다고 했다.
어떤 아줌마 아저씨는 친구지간인지 손까지 잡고서 튀김을 사러 왔다.
"고추 튀김 얼마예요?"
"세개 천원요."
"어머나! 그러게 비싸요?"
난 더 이상 대꾸도 하기 싫어서 뒤로 빠지고 슬이아빠가 앞에서 얼마나 살지 대신 물었다.
"오천원어치요~"
"네... 다시 따사 드리께여."
슬이아빠가 튀김을 데우는 동안에 같은 일행인 듯한 아줌마 서넛이 가게앞에 섰다.
"아줌마 순대 이인분만 주세요. 아줌마 순대 맛있는걸루만 썰어주세요. 근데 막걸리 파는데는 어디래요?"
"저 안쪽에 골목에 가서 사오셔요."
튀김은 가지고 갔는데 막걸리 사러 간 아줌마들은 순대를 잊어버린것일까?
막걸리 파는데가 먼곳도 아니고 막걸리 만들러 간것도 아닌데 오질 않았다.
"순대 싸 달라는 아줌마 저 사람들 아니야?"
슬이아빠가 손짓을 하면서 아줌마들 여럿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막걸리 사러 갔자나..."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막걸리 사면 올거라 믿고 대답했다.
일행들이 우루루 몰려 다니면서 골목을 올라가고 내려가고 누가 누군지 못 찾겠다.
등산복차림의 관광객들이 조금씩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
"슬이아빠~ 그냥 순대 썬거 잊어버리고 갔을까?"
나는 썰어서 봉지에 담은 순대를 들어 보이면서 눈치를 살폈다.
슬이아빠 말소리가 퉁명스럽게 들린다.
"막걸리 사러 갔자나!!"
나는 이제부터 순대를 찾으러 올 때 까지 숨막히는 전쟁을 치루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