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욕으로 속풀이하는 시장 사람들...

삼천포깨비 2005. 7. 23. 22:18
 

갓 쪄온 옥수수와 샛노란 참외의 단내가 요란하다.

여름이 만들어낸 재주치고는 흠하나 잡을게 없는 향기다.

실컷 뽐내고 있는 참외 하나 깍아 한입 베어 무니 세상 단맛이 이거구나 싶었다.

옥수수도 여물어 이가 시원찮은 나에겐 공짜로 줘도 못먹는 고통에 잠시 심각했다.

자연스럽게 멀리하다보니 쏘대이모는 나만 빼고 주위사람한테 하나씩 돌린다.

쏘대이모에게 옥수수를 대어주는 아주머니는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와서 덤으로 주는 것으로  인심을 쓰는것이다.

껍질이 떨어져 단으로 묶어지지 않거나 작아서 상품이 되지 않는것들이지만 맛은 달라지지 않는다.

쏘대이모는 비닐봉지에 든 옥수수를 꺼내다가 말랑말랑한 옥수수가 만져졌나보다.

먹을것인지 나를 쳐다본다.

나는 못 이기는 체 하고 받아든 옥수수를 잘 보이는 쪽에다 두었다.

우리 슬비가 오면 좋아라 입 벌어질것 생각하니 먹은것보다 더 배부르고 기분이 좋다.


“하루종일 장사 안된다고 구등 구등하는 소리 듣기 싫어 죽겠다.”고 둘이언니를 보고 짜증을 내던 덕이네도 받아든 옥수수 두 개중에 큰거 하나를 둘이언니에게 건넨다.

둘이언니는 쓰다 달다는 말도 없이 받아서 덥썩 뜯어 먹기 시작했다.

“인자 백제 시비 걸지 마라.”

둘이언니가 말했다.

“참? 같잖네...”

덕이네는 누가 누구보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며 헛웃음을 쳤다.

“니미 씹이 같잖애? 내가 무이라 카네.. 어?”

둘이언니는 또 가만있질 않는다. 입에 욕을 달고 사니 저저로 욕을 붙여가며 큰소리를 낸다.

“하루종일 구등 구등하는 소리 듣기 싫어 죽겠다. 어째 니는 뻐떡하믄 욕 나오네?”하면서 덕이네가 이제 좀 조용하라면서 입을 막으려는지 점잖게 나왔다.

둘이언니는 먹다 만 옥수수를 집어 던질 기세로 눈을 치켜 뜨더니 나머지 옥수수를 이빨로 훑어 씹으며 단단히 경계에 들어간다.

더운 열을 뿜어내면서 먹을때만 화를 삭이다 다시 말끝마다 욕이 튀어나오는 둘이언니나 덕이네나 순진하고 술직하니 있는 그대로다.


오늘은 장사가 얼마나 안되었길래 무료함 달랜다는게 별 볼일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서 하나만 팔아달라고 애원했다가 그냥 지나간다고 뒤통수에 대고 죽어라하고 욕만 퍼지른것이 화근이었다.

듣다 듣다 못참겠다면서 덕이네가 지랄 좀 그만 떨라는 소리가 습관처럼 싸우게 된것이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너도 나도 미친년이되고 씹할년이 되고 개 돼지같은 년이 되어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

사람되려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