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떡볶이 시킨 아줌마...

삼천포깨비 2005. 8. 2. 23:31

멍청하게 보이던 하늘이 오늘은 화풀이하듯이 비를 쏟아낸다.
몇날을 꾸무리해서 비가올려면 오고 말려면 말든지 하라던 잔소리를 들었나보다.

여름 소나기에 시장에 나왔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두 정지하고 비만 바라보는데 마치 유령처럼 보였다.

비를 피해 가게 천막안으로 들어온 아줌마는 머뭇거리더니 떡볶이를 일인분 달란다.

김밥을 싸던 손을 멈추고 떡볶이를 담아주고는 다시 김밥을 말면서 떡볶이 먹는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시장에 들어서니 꼭 고향에 온 기분'이라는 혼잣말을 들었기 때문에 삼천포 사람이 아닌것 같아서 찬찬히 뜯어 보았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편안한 차림새였지만 곱게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대전에서요..."

"삼천포에는 놀러 오셨나봐요?"

"네... 아저씨가 직장이 여기라 다니러 와서는 심심해서 시장에 들러봤어요."

"혼자 오시니까 심심하죠. 담에는 대전에 친구분들이랑 같이 오셔서 구경도 다니시고 그러세요."

"그래야겠어요."

"떡볶이가 맛이네요."

"그쵸? 맛있죠? 그런데 요기는 아무리 맛나도 장사 재미없어요. 사람들이 있어야 장사가 되든지 말든지 할건데...거기다 대형할인매장이 생긴다하니 맘이 심란하고 그러네요."

"큰 매장이 있으면 좋긴한데 시장사람들이 맘 편치는 않겠어요."

"아직 시장사람들 반응이 시원치도 않아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큰일났다는걸 알겠죠 머."

나도 모르게 열이 확 달아오르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걸 매끈한 아줌마의 얼굴이 긴장한듯 굳어지는걸 보고야 느꼈다.

한번도 만난적도 아는 처지도 아니면서 내가 왜 이같이 날카롭게 감동도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때마침 떡볶이를 먹던 아줌마도 딱딱한 나무걸상에서 일어나다 기우뚱하더니 엉덩방아를 찧을뻔 했다.

나는 그저 내 생각으로 웃었을 뿐인데 아줌마때문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나기는 글렀다.

그 사이 비는 그쳤다.

지칠 줄 모르고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금새 뚝 끊겨버린것이다.

아줌마는 이천원을 내밀면서 내 걱정과는 상관없이 내일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나는 그때까지도 미안한 맘에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릿속은 이것 저것으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김치가게앞에서 구경하다 다시 내눈과 마주친 아줌마는 내 맘을 알아차린듯 웃어주었다.

잠꼬대같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아줌마가 고맙다.

아줌마가 앉았던 자리와 내 자리가 몇 걸음 되지도 않는데 언젠가는 바꾸어 앉아서 가슴 뭉클한 사연을을 떠 맡고 싶다.

먹고 살기에도 분주한 내가 어느 천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