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삼공일에...
시장통은 으례 첫공일이다 삼공일이다 하면 문 닫는 가게가 많다.
오늘은 삼공일에 휴가도 막을 내렸는지 외지 사람들이 눈에 띄지도 않았다.
삼천포가 관광지라는걸 이번 여름동안에 실감날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고성에 공룡 발자국이 있는 상족암을 찾는 사람들도...
거제도를 통영을 다녀오다 삼천포로 빠졌다고 했다.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민박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너머에 몽돌밭이 있는데 뜨거운 몽돌에 찜질하고나니 그동안 말을 듣지 않던 팔이 맘대로 올리고 내리고 한다고 내 앞에서 거짓말 같은 말을 진짜처럼 들려주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시장통에도 해변의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더니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오늘 무슨 날인데 시장통이 텅텅 비었냐?'고 한마디 하던 사람도 찾는 물건이 있는 가게도 닫혔는지 그대로 쌩하고 달아나버렸다.
나같은 경우에도 삼공일에는 가게를 쉬었는데 또 언제부턴지 문 닫을 엄두를 못내고 말았다.
며칠전 해수욕장 장사를 철수하면서 가게 정리 좀 한다고 쉬었기 때문에 당연히 장사를 하였다.
돈이 들어오면 벌써 무슨 눈치를 그리도 알아차리는지 냉장고가 티비가 때를 놓칠세라 고장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가게장사도 꾸준히 되어주었고 슬이아빠가 벌어 온 돈이 가욋돈이 되어서 무리없이 사게 되었다.
것두 중고라지만 전과 비교하면 얼마만큼의 기쁨을 만들었는지 짐작도 못할것이다.
냉장고는 냉이 안 돌아서 냉장고 안에다 천원짜리 얼음을 사서 넣어두고 남은 공간에 온갖 재료들을 쌓아 두었다.
티비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자막이 보이면 무슨 내용인지 대충 때려 잡지만 소리도 없는 티비를 보려니 우리 동네 슈퍼앞에 오락기계 화면이나 마찬가지로 기계적인 움직임으로만 보인다.
어떤날은 자꾸만 티비쪽으로 눈이 쏠리는 날은 짜증이 더 일어나서 집어 던져 버리고 싶었댔다.
이번 여름을 하마트면 망칠뻔 했는데 운 좋게도 해수욕장에 터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도 손해 본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큰 돈을 만진것도 아니지만 중고로 티비와 냉장고는 슬비아빠 돈으로 사게 된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도 티비를 보아도 이젠 속이 다 시원해진다.
하루를 전세(?)내어 아이들과 계곡을 가서 백숙을 시키고 막걸리에 파전에 팥빙수까지 곁들인 외식은 슬이아빠가 쏘았기에 말없이 따라가 주었다.
해수욕장 장사를 마치고 와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까지 하다가 남은 돈이라고 몇만원이 됐든 꼬박 꼬박 들이밀더니 뒷주머니를 따로 차고 있었다? ㅎㅎㅎ
통장을 열어서 긁어도 나오지 않을 돈인데 다소나마 도움된것에 감사할 뿐이다.
시장통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도 침묵은 계속 흘렀다.
웬걸?
아주 빠른 걸음으로 시장통에 들어서면서 타령도 아니고 주문도 아닌 혼자 부르는 노래가 너무 커 일제히 한쪽으로 눈을 모았다.
"산아~ 산아~ 높은 산아~
나를 바라보는 산아~
동서남북 산신할멈~ 동서남북 용왕님~
구석 구석 떨어져가라~
돌아서서 후회하는 이런자를 용서하시고 불쌍케 여기시고
구석 구석 사시는 그날까지 이 시민들을 아무탈없이 잘살게 하여주시옵소서~
천년만년 해먹을 줄 알았느냐?"
시장통 한가운데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두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선 몇발을 걸어 멈추더니 또 같은 노래를 부르다 또 몇걸음 걸어 멈추다...하기를 꽤 여러번 한것 같다.
오래전부터 죽은 아내의 귀신이 들어와 신들린 사람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근방에 절을 지어서 여러 보살들의 신수를 보아주었는데 귀신같이 알아맞추어서 신통방통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던 터였다.
그래도 눈 마주치면 두손 모아 합장하면서 인사나누고 시장통에서 장사한다고 고생많다면서 여러 보살들에게 커피도 사주기도 하던 점잖게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변해버렸다.
신이 사는 세계와 인간들이 사는 세계의 중간지점에서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은근히 부끄러워하라는 메세지 같이 들렸다.
노래를 부르면서 시장통 한바퀴를 삥돌고는 삼신할멈이 시킨대로 다 했다는 듯이 흡족한 표정으로 시장통에서 총총 사라졌다.
귀신이 붙었다 떨어졌다 할 때의 그 영혼의 부딪힘의 소리는 어떤 소리가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