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쥐들의 세상에서

전국적으로 배달합니다.

삼천포깨비 2005. 12. 7. 01:32

잠이 오든 잠이 안 오든 밖에 잠깐 나가봐.
까만 밤에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어찌나 초롱 초롱한지 너무 이쁘드라.
벌써 골아 떨어질 시간인데 정신이 더 맑어져서 쥐방에 잠깐 들어왔단다.

푹신한 솜 이불속 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
반가움으로 내 이름 불러줄때 마다 한 옥타브 올라가는 악센트까지도...
친구들 못 본 사이 내가 얼마나 숨 갑갑하였는지 알것 같지?

온르 생각보다 많이 한가했어.
무심히 밖을 볼 때도 있고 입을 반쯤 벌린 채 고개 쳐 들고 티비 보기도 해.
조용한 가운데 때르릉~하고 전화 소리에 얼릉 받았다.
배달이 되냐는 반가운 소리였다.
보성빌라 에이동으로 김밥을 이인분을 시키는거야.
다른때 같으면 그거 가지고 배달은 어림없는 일이지.
하도 손님도 없고 해서 '알겠다'는 대답만 하고 호수를 적어놓고 김밥을 말았단다.
일인분씩 도시락에다 포장하고 슬이아빠한테 어서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슬이아빠는 보성빌라가 어디쯤 있는냐고 묻는거야.
'니가 아나 내가 아나...'

혹시나 하고 주위사람한테 물었더니 삼천포에는 보성빌라는 없단다.
이런...
제부가 식품 대리점을 하는데 발이 넓은 편이라 전화를 걸어서 보성빌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냐고 물어 봤지.
'보성빌라는 강원도 엄마 아빠 사시는데자나요...'한다.
남은 답답해 죽겠는데 엉뚱한 대답이다.
내가 도깨비한테 홀렸나?
다시 길가에 서서 택시가 서길 기다렸다가 기사한테 물었다.
아무리 다녀봐도 보지 못했다는 대답을 듣고는 터덜 터덜 걸어와서는 한숨만 길게 쉬었다.
전화번호라도 물어 볼걸....
때늦은 후회지만 아쉬운 생각만 났지만 어쩌겠어.
전화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지.

한참후에야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멀었냐?'고 묻는다.
'보성빌라가 어딨는건데요?' 하고 되물었다.
보성빌라가 아니고 효성빌라라고 하는거 있지?
그럼 효성빌라는 어디에??? 하면서 질문은 계속되었단다.
어디 어디라는 말은 하는데 알아 듣지 못하는 동네 이름이다.
'혹시 삼천포가 아니세요?' 하니까
'요기 남해인데요....'
아니?
김밥 네줄을 가지고 남해까지 가야하냐고...

발신번호가 뜨는 전화기를 사던지 해야지 이거 참....
그동안 보성빌란지 효성빌란지 찾는다고 114로 택시기사한테로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다 붙들고 물어봤는데 바보 따로 없드라.
그래서 남해까지 배달갔냐고?
대답 안 하겠쓰...

조금씩 뜸 들여가면서 시장통 이야기 들려줄께.
나...
왕따 당하고 있거덩.
시장통 사람들이 나만 보면 입 다물어. ㅎㅎㅎ
책에 나올까봐 그런것 같어.
어느 소설가는 집안 일을 써서 문학상까지 타고 상금도 삼천만원인가 탔는데
집에는 삼년간 못 들어갔다는 글 봤는데 내가 그 꼴간거야.
그렇다고 내가 상을 타기를 했나 돈을 벌기를 했나...
며칠전에도 이런 말 하드라고,
'책 내서 돈 좀 안 벌었나? 책은 많이 팔었나?'면서...
책이나 사서 읽어 본 사람이 물어 봤으면 괜찮게?
이죽거리는 말투가 너무 속상해서 눈물을 듬뿍 쏟을 뻔 했지.
뻔 했지... 나 울지 않았다. ㅎㅎㅎ

슬이아빠가 그러드라.
시장통에 있으면 똑 같아야 하는데 튀니까 안 겪을 일도 겪는다고...
내가 봐도 시장통에서 돈 벌어 나가는 사람 못 봤어.
그러니까 잘 되어서 나가는 사람 하나 못 봤거든...
나... 책 냈네...하고 입 뻥긋 안하고 장사만 신경쓴다.
그래도 잊을만 하면 책 잘 읽었다는 인사 받을 때 날아갈것만 같은 기분이야.
오늘은 이쯤하고 잘래.
별때문에 정신 말짱해져서 전국적으로 나의 이야기 배달하면서 이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