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풍경

쑥 사시오~ 쑥을 사시오~

삼천포깨비 2006. 3. 7. 00:10

여기도 쑥...

저기도 쑥...

시장통에 쑥이 천지로 깔렸다.

할머니 한 분이 쑥 파는 할머니 앞에서 쑥 다 팔았다며 돈을 흔들며 자랑했다.

"만 이천원은 받아야하는데 만원도 안주고 구천원 주데."

"하이고~ 마이도 캤네. 어디가니 마이 있데?"

"응달에도 가고 양달에도 가고 하루 점두록 몇날 며칠을 헤메가 모다 온게 구천원 안 받았나? 집에 학상도 있고 자리도 비집을데가 없어가 넘가 주고 온다."

"할매가 참 정정타. 여든이 넘어가 쑥캔다고 비탈로 언덕빼기로 기 오르나? 자빠지면 돈을 더 깨묵는다. 가마 엎치러 있는기 돈 버는긴데."

"요놈 가꼬 학상 군것질거리 사 줄라고 기 나왔다."

 

"할매가 아 키웁니까? 엄마는 어디가고요?"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넌즈시 물었다.

"아 낳자 마자 병원서 도망갔는데 지 아배가 속 상하다고 약 묵고 죽어삐고 내가 이날 입때껏 거다 믹있는데 입이 고급이라 아무거나 안 묵는다. 새댁아~ 김밥 두개 이쁘게 썰어서 빠닥종이에 싸지 말고 도시락에 싸도고. 이제는 니껀지 남의껀지 다 안다. 차 시간이 다 됐으니 빨리 썰어라."

할머니는 급한 마음으로 쑥 캐서 번 돈을 꺼내 들었다.

나는 명령에 따르는 부하처럼 조용히 스치로폴 도시락을 꺼냈고 김밥을 정성스레 싸서 할머니한테 건냈다.

 

자주 오셨던 할머니라 어떻게 주문하는지 이미 알고 있던 터 인데도 늘 잔소리처럼 하던 말을 반복하였다.

그래도 작다고 더 달라는 불평없이 시원시원하게 계산하였다.

평소에 통이 큰 할머니구나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야기 듣고는 고맙다는 인사도 빼 먹고 말았다.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아는 척 하는 바람에 무의식적으로 웃어 주었다.

할머니가 목숨을 붙들고 있는 이유도 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 남은 손주 때문이겠거니 하니 맘이 짠해진다.

 

누가 그랬다.

살고 싶지 않지만 못 죽어 산다고 했다.

잠 잘 적에 머리 맡에 약이라도 갖다 놓으면 잠결에 먹고 죽을 수 있을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효자(?)가 한 밤중에 머리 맡에 약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절대로 안 먹었다고 한다.

ㅎㅎㅎ

나는 오늘 쑥 팔아서 김밥을 사간 할머니가 너무너무 용하고 장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