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은?

삼천포깨비 2006. 4. 19. 00:15

두 남자가 가게 앞에 서자 마자 오뎅을 집어 들고 먹었다.

먹고나면 계산하겠거니 하고는 손님 얼굴을 똑똑이 보지 않고 하던 일에 열중했다.

"형님! 머리도 아직 새지도 않고 우리보다 더 젊어 보이네요. 아침마다 공차는거 보면 우리가 못 따라 가겠데요. 요즘은 잘 안 나오데요?"

슬이아빠와 아는 사이였는지 입안 가득한 오뎅은 어느새 미끄러지고 말이 계속 이어졌다.

"비도 왔고 술 마시고 나면 못 일어나고 해서 며칠 띵가 묵었는갑다."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납작한 오뎅을 세겹으로 포개어 작대기에 끼우기 시작했다.

"마이 묵어라. 계속 꼽고 있을거니 모자랄것 같으면 빨리 집어 너 야지."

슬이아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님은 오뎅 작대기를 끌어 당기더니 세기 시작했다.

"한나... 두나...세나... 스무개나 되는데 얼맙니꺼?"

"마이도 뭇네. 몇년만에 첨이다. 옛날에는 혼자서도 서른개씩이나 먹는걸 봤는데 요즘은 마이 묵으면 두개? 세개? 안 묵는다."

"더 먹고 싶어도 배가 나와사서..."

"세상에 가장 비참한 사람이 누군지 아나?"

"눈데예?"

"돈 없고... 배 나오고... 머리카락 빠지는 사람..."

"딱 내두고 하는 소리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