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내 표는 어디로?

삼천포깨비 2006. 4. 26. 00:34

가방 속을 뒤지니 시의원 도의원 시장예비후보들의 명함이 엄청나게 나왔다.

기호 몇번에 누구 누구...

사천시의원 무슨 선거구 무슨 당 아니면 무소속 기호 몇번 누구 누구...

도의원 누구 누구...

이미 알고 지내는 분도 있지만 누군지 몰랐다가 하도 시장통을 들락거려서 알게된 분도 있었다.

명함을 어제 받았는데 주고 아까 받았는데 또 주고 하는거 보니 명함주기 대회같다.

명함 뒷장을 보니 참 많이도 바쁘셨겠다.

그러고도 선거에 출마하려는거 보면 욕심인지 열정인지 분간이 안되니 어쩌나...

 

자문위원, 검사위원, 특별위원, 선도위원, 지역위원, 자치위원, 운영위원, 상임위원... 위원만 해도 가지가지다.

이렇게 많은 간판을 달고 간판 하나 더 달려고 간판 하나 없는 사람들 찾아 다니며 표심 잡기에 정신이 없다.

"꼭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허리가 구십도로 꺽어지게 인사하는 후보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예 무시하는 사람도 허다했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얼른 뒤로 물러가는 후보도 보이고 손이라도 한번 잡자며 능청스럽게 다가서며 손도장 눈도장 열심히 찍는 후보도 보인다.

멋 없게 시리 어제 한 말 또 하고 또 한다.

좀 쌈빡한 언어 안 찾아 지는건지...

 

내 경우에는 이미 누굴 찍을지 다 정해 놓은 상태다.

슬이아빠한테 물었다.

"누구 찍을거야?"

"찍어서 뭐하노?"

다 쓸데없는 일 처럼 관심없어 하는 이 일 또한 큰일이 아닌가...

오래 전에 슬이아빠한테 들은 이야기 생각났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다.

누구에게나 다 해당사항이지만,

아...

이럴 수 없는 일이 일어난것이다.

 

수협 조합장 선거가 있었다.

조합장 후보는 사돈이 있는 섬에 찾았다.

"사돈~ 이번 선거... 지가 출마 하는거 아시지예?"

"그럼... 그럼... 알고 말고요."

"그라마 누구랄것도 없이 지한테 한 표 주이소."

"하모~ 내가 누군데 사돈 안 찍고 남 찍을까... 걱정 마이소 마~"

조합장 후보는 사돈만 믿고 맘 놓고 선거날짜만 기다렸다.

 

선거 결과 발표하는 날 조합장 후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일그러졌다.

당장 사돈네 찾아가 물었다.

"사돈~ 틀림없이 내한테 표 찍었지예?"

"그걸 말이라고 합니꺼? 틀림없이 찍었다 아입니꺼?"

"그럼? 내 표는 어디 간기고?"

 

사돈이 한 표를 던졌다면 최소한 본인 표와 함께 두표는 나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표는 하나였다는것이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