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어제 오늘 이틀간의 축하인사...

삼천포깨비 2006. 9. 2. 00:09

"아~ 여보세요? 어제 티비 잘 봤는데 책을 사려면 어디서 사죠?"

방송나간 이튿날 가게로 전화가 왔다.

서점에 가면 있겠지만 이미 반품되어 없을지도 모르니 인터넷으로 사게되면 할인된 가격이고 편히 받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겠다는 설명으로 어디에서 전화를 걸었는지 물었다.

대구에서 전화를 걸어준것이다.

 

"성님! 성님도 텔레비에 나왔데?"

"그래 내가 도깨비 때문에 영광봤다."

"텔레비 나온 사람 한 턱 내야지. 입 싹 딱아삐문 안된다?"

동신네가 나오기 전에 상추할머니가 잠깐 비추이었는데 오자마자 축하인사 받는다.

 

"언니 텔레비에 나왔드라?"

"봤나?"

"아니? 내는 안 봤는데 순이한테 전화 왔는기야. 언니 텔레비에 나왔다면서... 언니 좋제?"

"그럼 좋다마다..."

자주 순대나 족발사가는 민주엄마가 일부러 쫒아와서 반갑게 인사해준다.

기분 좋았다.

 

"저 아줌마가 어제 텔레비에 나오드만..."

어떤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는데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레 얼굴 마주하니 못들은 척 하기가 어색했다.

무엇이라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 약간 웃어보이며 고개만 까닥하면서 인사했다.

신기한 구경거리처럼 힐끔거리는데 다른 사람이 지나가며 한마디 하였다.

"아줌마! 어제 텔레비에 나오데요."

"아~ 네..."

대답도 듣기전에 저만치 가버리고 순대 사러온 아줌마가 표정이 환하여 지며 아는 체 했다.

"어머! 아줌마네. 어제 컴퓨터에서 돋보기 쓰고 있는 장면 보면서, 와~ 대단한 아줌마가 우리 삼천포에 있구나 했죠. 저는 맨날 핑핑 놀아도 노락질만하고 아무것도 안하는데 언제 그시간 들어와서 글 쓴다고 앉았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감탄 또 감탄으로 이제사 알아본것을 미안해 하며 심심한 얼굴이 너무 환하게 밝아졌다.

 

"아줌마~ 순대 삼천원어치만 줘요. 실물로 보면 더 젊고 이쁜데 텔레비젼에선 나이 들어보이데. 저렇게 큰 딸이 있나 했지. 내가 순대사러가는 집이라고 우리 가족한테 얼마나 자랑했다고. 오늘 부러 왔어예."

"어머~ 그러세요? 애는 이 나이면 늦은건데 젊게 봐주셔서 제가 한 턱 내야겠어요. 호호호"

"몇인데?"

"마흔 일곱요..."

"내가 열몇살이나 더 많네."

"그러세요? 디게 곱게 나이 자신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 오세요. 계속 이뿌게 봐 주시고요."

"네..."

 

"족발 오천원짜리 주세요. 아줌마 텔레비젼에서 봤어요. 제일 이뻤어요. 책을 썼다고 나오는데 있어요?"

오우~

이제는 한국인이 아니고 외국인이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지는 육년이 되었고 삼천포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는데 몸도 약하고 유산까지 하여 그만 두게 되었다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말 하는 폼이 이웃집 아줌마하고 수다 떠는 것 하고 다를 바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족발까지 사 갔다.

 

다 올리지는 못했지만 메모해 둔것이나 기억에 남는것만 모아봤다.

갑자기 색다른 체험으로 마음이 부웅~ 뜰 수 있겠지만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로 거듭되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시시한 일은 시시한 일대로, 중요한 일은 중요한 일 대로, 기쁜 일은 기쁜일 대로, 다른 여러가지 등등... 경험하고 잊어버리고 기다리고 체념하고...

이 나이되도록 불평불만만 있었다면 내 인생 빵점짜리다.

시장통에서 십년 넘도록 태연히 지내온게 좋은 점수로 매겨져 참 기쁘다.

 

이렇게 기쁜 일을 만들어준 Kbs '6시 내고향'제작진 여러분께 감사하고프다.

내가 유명인사라면 따로이 인사 드리지 않아도 무방할 일일 수도 있지만 하루 미루고 또 늦어서 미루다 보면 영영 못할것 같아 잠 귀신 문밖에 잠깐 세워 놓고 정중히 감사의 인사 드리려 한다.

 

(일어서서)

Kbs 창원방송국을 향하여 경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