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을 향하고 있는 18호 태풍, 멜로르의 간접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겠고, 파도가 높게 일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아침을 차렸다.
어서 일어나서 밥 먹어~
엄마 춥다~
슬이와 슬비는 동시에 춥다는 소리를 하면서 두 몸을 이불로 묶어버린듯 한 덩어리가 되어 꿈틀댄다.
안 일어나?
보일러 틀어 조...
틀었다. 7시다. 나는 모른다. 지각하던가 말던가.
엄마. 비 온대?
아니? 바람만 부나봐.
엄마. 문이 안 열려.
밖에 바람이 얼마나 쎄길래 현관문이 안 열린다며 한 쪽 어깨를 문에 대고 발에 힘을 주어 밀고 있었다.
날씨도 추우니까 머 하나 걸치고 가라. 감기 걸리면 안 낫는다.
엄마. 학교서 잠바같은거 입으면 벌점 받어. 문이 안 열려서 어떻게 학교 가라고...
그렇게 안 열리나? 베렌다가서 뛰어 내려...2층인데 살짝 뛰면 되겠네. 양산 주까? ㅎㅎ
엄마는?
슬비는?
나는 슬비가 홀기면서 하는 말 따라 하며 일어서서 문을 열어주었다.
정말 문 열기가 장난 아니다.
흐리던 하늘이 돌맹이 던진 강물에 파문이 이는것처럼 점점 햇살이 퍼진다.
바람은 여전한 가운데 흐렸다 맑았다하는것이 전쟁에서 승리하다가 후퇴하는것 같다.
어제 슬비의 질문에 영향을 받았으까?
엄마. 도꾸가와 막부가 뭐야?
도꾸가와? 도꾸가와는 사람이름이고 막부는 지위를 말하는지 지형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전으로 찾던지 컴 열어서 찾으면 될거 아냐?
엄마. 나는 도꾸가와 막부라는 사람을 말하는 줄 알았어. 도꾸가하고 막부하고...
이런. 한심.......슬이아빠 애들 정말 자기네 피 물려 받은거 맞어? 서울대 나온 삼촌있어서 그거라도 믿었거든. 죽어라 공부 안하고 책 안 들여 다보고 있다가 급하면 엄마한테 묻고 모르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이고. 이그...
책을 많이 봐야하는데 공부만 할 줄 알았지 문학쪽으로는 하나도 안 본거 같어. 철이나 나나...
아빠. 이거 사회책이야....
컴을 켜고 검색하여 슬비한테 자세히 알려주고 다시 컴을 닫았다.
엄마. 타도라는 말이 머지?
때려 부순다? 그런거 아냐?
무슨 타야? 도는 무슨 도지? 한자로...
아는대로 대답해야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 또 컴을 켰다.
문이 닫혀 있는데도 바람 소리가 크다.
커피잔 앞에 놓고 웅크리고 앉아 귀 기울였다.
어쨌든 지금은 혼자다.
슬이문제나 남편걱정이나 슬비질문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시간 난 지금부터 바쁘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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