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시지프스처럼...

삼천포깨비 2009. 11. 26. 12:17

신은 시지프에게 인간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내렸다.

높은 바위산 위로 바위를 올리는 일이다.

쌓으면 굴러 떨어져 버리는 바위를 지금 슬이아빠가 대신 져 나르는 것 같다.

쓸모 없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했다는데.

어제 날짜로 입금이 될 줄 알았던 밀린 임금하고 지난 달치 임금이 하나도 들어 오지 않았다.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이 지급되었다는 소식은 들렸다.

원청이 아닌 하도급업체 업자들은 일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 근로자들의 임금을 한두 달 미루는걸 예사로 여겼다.

전에 없던 일이 경기침체가 영향을 끼친것인지 몰라도 없이 사는 우리에겐 크나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슬이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밤은 깊었고 마음도 어둠만큼이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홉시 반이면 야근 끝낼 시간이려니 하고 걸었던 전화인데 받지 않는다.

열시 넘어서야 전화를 하더니 대뜸 무슨 일이냐고 했다.

오늘 아무것도 안 들어 왔거든.

.......

무슨 내용인지 알아 들었을것인데 대꾸가 없다.

자기는 지금 일 할 맛이 나나?

길이 이 길 밖에 없는데 어쩌나... 기다려 봐라. 말일 쯤에 가불이라도 해서 가께.

이놈의 사장 죽어라 전화 안 받는다. 얼르고 달래고 하면서 문자까지 넣어도 꿈쩍도 안해. 오늘 누가 이기나 함 해 볼기야. 자기도 전화는 해 봤어?

안 받는다는데 머하러 전화할기고?

알았어. 끊어.

어.

 

낮 두시가 되면서 마음이 조급했더랬다.

입급이 되었을까 통장 확인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철석같이 믿었고 얼마나 들어 왔을지 기대감도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확인 할 시간을 조금 늦추었다.

기대와 달리 입금 된 돈이 없다는것을 확인 한 순간 사장한테 전화를 넣었다.

안 받는다.

문자로도 어찌 된 일인지 궁금증과 함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냐면서 껄끄러운 감정까지 드러내게 되었다.

새벽 한 시가 되도록 사장이름으로 된 핸드폰의 발신표시가 서른개가 넘었다.

그래도 대답이 없다.

입금하겠다는 날짜만 바라보면서 요 며칠 행복했던 기분은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이번 달치도 반만 받을 각오하라던 말도 믿지 않았던 터였다.

반도 아닌 땡전 한 푼도 안 들어 왔을 때 순간 악마를 믿고 싶었다.

이번엔 하나님은 내 편이 아니야...

믿는 사람이 들었다면  시험에 들게 하신거라고 기독교적인 의미로 상기시킬게 뻔하다.

 

아침에 사장과 통화가 이루어졌다.

오후 한 시가 되어 연락을 하겠다는것이다.

단 몇 시간을 무마하기 위햇 어렵사리 통화를 하지 않았을것으로 본다.

한 시가 되기까지 침착히 기다리며.

 

슬이아빠는 오늘도 시지프의 의식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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