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첩/용강주공 부녀회

명희씨 전화...

삼천포깨비 2011. 1. 21. 14:26

저장된 번호가 아닌  전화를 받았다.

며칠 전에 전화통화에 무뚝뚝하게 끊은것에 사과한다고 했다.

생각지 않은 전화에 자기가 누구라고 설명하였지만 금방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재차 들려 오는 목소리로 누구인지 또렸해졌다.

옆동에 사는 명희씨였다.

그 날 전화할 때 느낌은 안 좋았지만 아직 서로를 모르는 상태라 미리 잠작할 필요없어 맘에 담아 두지 않으려했다.

그래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의구심에 숙이씨한테 털어 놓았던 걸 먼저 말 하진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것을 자기가 오해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영문 모르다가 후에 자초지종을 알고는 이제 부녀회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참이다.

이렇게 한마디로 금방 맘이 풀리는것을 아직 만날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거라 보고 숨죽이고 가만 있었다.

먼저 걸려 온 전화로 고맙고 반가웠다.

 

나는 나대로 강원도 다녀왔고 숙이씨 해외여행 다녀오고 간만에 부녀회의 소집했다.

부녀회에서 여러가지 안건중에 날도 너무 춥거니와 이마트까지 생겨서 마음까지 얼어붙은 재래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어 보자는 이야기를 넌즈시 꺼냈다.

두말할것도 없다며 즉석에서 계획을 짰고 설 전후 중에서 설 전으로 날까지 잡아버렸다.

뜨거운 커피나 녹차와 함께 정이 들어 있는 초코파이가 무난하다는 걸로 결정났다.

커피 한 잔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 부녀회에서 재래시장 장보기까지 행사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우리 아파트 부녀회에서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중앙시장이야 오후 한가한 시간에 한두시간 고생하는건 무리가 없었지만 부두시장은 새벽시간이라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기우에 그치고 우리 아파트 사는 엄마들이 다 달려 든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 있을까마는.

 

우선 회의 참석한 부녀회원이 많지 않았다.

명희씨도 오지 않았고 정애언니도 오지 않았다.

몇몇은 행사 준비에 거의 날마다 머리 맞대고 고민했다.

관리사무실에 이번 계획을 전달했고 동사무소에도 보고했다.

중앙시장 번영회장을 만나야했고 부두시장에 번영회장도 만나 일정에 대해 의논이 필요한 상황이다.

 

숙이씨와 이마트에 갔다.

행사때 쓰기 위해 나는 커피를 사고 숙이씨는 녹차를 샀다.

뜻밖에 횡재 하는 수도 있다.

이마트 피자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티비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피자다.

싼 맛에 사겠거니 했는데 맛이 꽤 좋았다.

슬비가 제일 좋아 하고 맛있게 먹는걸로 대 만족이다.

 

담날 숙이씨와함께 총무랑 관리실에서 만나 공고문 작성을 하여 프린트하고 안내방송도 부탁했다.

계획대로 착착 준비가 되었고 정리에 들어가는 중이다.

커피와 녹차를 샀다는 얘기를 꺼냈더니 총무는 종이컵을 산다고 했다.

왜 총무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을 쓰게 한다면 앞으로 총무 할 사람은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입다물고 있어서 자기가 그러기로 했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겨버렸다.

마지막 점검으로 미팅이 있을 때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에 담았다.

초코파이는 명순씨가 맡았는데 혼자 감당하기엔 꽤 부담이 클거같다.

이 문제까지.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삼천포에도 이마트가 생겼다.

개점 전날 이마트 홍보겸 시식회를 한다고 두루 초청장을 보낸것 같다.

나한테도 숙이씨한테  전화가 와서 함께 가자고 했다.

마침 강원도 간다고 날 잡아 놨는데 하루 미루고 갈 수 있으면 같이 가겠다고 했다.

재차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이 참석 할 수 있다는것이다.

말하기 어려웠겠지만 난 미안해 하지 말라며 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난 며칠 강원도 다녀왔다.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은 이마트를 향하고 있었다.

부녀회장은 부두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 대신 명희씨를 데리고 가라는 것이다.

이미 도착시간을 넘겨버려서 전화할 사이도 없이 행사장에 참석하여 시식도하고 기념품도 받았다.

숙이씨 해외여행 가기 전에 모인 자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후라이팬이 꽤 쓸만하다고 자랑을 했다.

부녀회장 대신 가기로 했던 명희씨 심정을 여기서 십분 이해를 하게 되었다.

아무생각없이 전화를 걸었던 나에게 달갑지 않게 대하던 느낌이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

우리의 행동이 털끝만한 오해가 생기고도 남았던것이다.

 

오늘 또 동사무소에 띠 받으러 가야한다.

동장님의 적극적인 협조로 탁자하고 물 끓이는 통까지 어려움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끼리 가는 걸 또 다시 정체불명의 이상한 상상을 할까봐 명희씨한테 얘기를 했다.

같이 가자고 했지만 다녀 오라고 한다.

숙이씨가 내려 오겠다는 문자가 왔다.

이만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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