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삶아 내는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네? 아무리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러도 내사 한약을 먹어 참아야한다."
철띠기할매는 몹시 아픈 표정을 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솥에서 건져내는 족발을 쳐다 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리곤 족발을 사먹겠다는 계획을 한약 다 먹고난 후로 정해 놓았다.
밝힐 이유야 없지만 맘 놓고 눈치 안 보고 족발 삶아 건지는 모습 더 찬찬히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가졌든 관람불가(?)인 장면을 훔쳐보는 듯 하다.
어린나이가 아니면서 호기심은 왜 이다지도 많은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십분이상은 지나서야 건져낸 족발에서 국물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지 확인하고 쟁반에 담는다.
족발에서 하얀김이 지나가는 사람들 뒤를 쫒아가지만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슬이아빠의 작품이 완성되면 내 역활은 뜨거운 물로 기름기 범벅이 된 소쿠리와 주변을 깨끗이 씻어내고 커피 한 잔 마실 차례다.
커피가 목구멍에서 가슴으로 천천히 뱃속에 가라앉는다.
누군가 서둘러 가게로 오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아주 오랜만에 남해아저씨가 오셨다.
진주에서 남해로 지나가는 길에 택시를 세워 둔 채로 시장에 들어왔단다.
도깨비 신랑각시 잠시 얼굴이나 보자고 들어왔다면서 소주 한병 달라고 한다.
양손은 와이셔츠를 끌어 올려 불룩나온 배를 쓸어 올리다 툭툭 두드리더니 헐렁하게 내려간 바지 허리춤을 잡고 흔든다.
아침부터 많이 마신듯 하였다.
"오랜만에 비내리는 호남선이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지. 요 앞에 돈 만원어치 챙겨주소. 우리 슬비는 많이 컸지요?"
"그럼요. 벌써 육학년인데요."
"슬비 얼굴 못보고 가네. 오랜만에 왔으니 슬비도 만원주고... 내 갑니다."
바지 호주머니속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더니 여러장속에서 두 장을 쭉 빼서는 나에게 건냈다.
그리고는 비내리는 호남선 노래를 흥얼대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오른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달라고 하여 앞에 내 놓은 소주병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아니 끝없는 기다림이 어울리겠다.
족발하고 순대하고 오천원어치씩 커다란 쟁반에 담아서 진주할머니쪽에 놓고는 소리를 쳤다.
"어서들 잡수이소! "
"앗따. 진짜 맛나네~~"
누구보다 먼저 자리 잡고 앉아서 손에 든 상추에 족발을 싸며 벌써 입속에 든 족발은 꿀꺽 삼킨 상태였다.
철띠기할매다.
한약 먹는 중이라고 경고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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