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기념으로 벌써 잔치가 벌어졌다.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색다른 구경거리 있을까 눈여겨 본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엔 소주 맥주 음료수를 얼음에 채워놓고 떡이랑 고기에선 따끈따끈한 김이 난다.
한쪽에선 썰어 놓은 김치 담고 비빔밥 만들기 바쁘다.
노점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한테 점심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진찬이아지매는 장구치면서 흥을 돋구는데 배달 온 꽃바구니를 받고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구~ 우째 이러니 아들 놓을라 안카긋노? 우리 아들 아직 학생인데 돈도 없는데 어버이날이라꼬... 딸은한번도 안해주는걸 아들이 한다. 아들이 최고다."
진찬이아지매는 술과 밥에는 안중에도 없고 아들자랑으로 그저 신나기만 했다.
"나는 엊그제부터 괜히 서러워서 혼자 안 울었나?"
"왜요?"
"몸이 아픈께 막 서럽데... 혼자 찔끔거리다 담근 술 한잔 마시고 억지로 잤제."
"할매는... 지금도 한잔 들어갔는가베요?"
"내가 술 마셔서 그런게 아니고 아픈께 앞이 캄캄하고... 내가 이래가꼬 삼년동안 붓던거 다 붓겄나 싶고. 자식 있어도 아프다는 소리해도 병원이나 가라는 소리만 하고 내가 미치는거 아이가."
"병원 가면 되잖아요."
"병원에 가서 침도 맞고 약도 먹고 하는데 돈도 수월찮게 든다. 이번에 많이 깨묵었다."
"아픈다리 확실히 고칠라면 수술도 하고 입원도 해야하는데 맨날 왔다 갔다하면서 주사맞고 침만 맞으면 단가예?"
"내가 니 나이만 되도 좋겠다."
할머니는 내가 하는 소리가 말도 되지 않는듯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소리하지말라는 듯 말을 잘랐다.
"할매~! 어서 비빔밥 먹으러 오소!"
건너편에서 점심 준비가 다 되었는지 이쪽 저쪽 쳐다보면서 보이는대로 다 불렀다.
앞에 할머니도 아프다던 다리로 번개같이 달려서 자리잡고 비빔밥 그릇 잡고 있다.
진찬이아지매가 꽃다발은 자기 자리에 갖다 놓고 장구채로 신나는 노래불러댄다.
"친구가 좋드나~ 막걸리가 좋드나~ 막걸리가 좋드나~ 색시가 좋드나~ 친구도 좋고~ 막걸리도 좋지만~ 막걸리 따라주는 색스가 좋드라~"
"뭐라카노? 색쓰라꼬???"
맨뒤에 발음이 이상했던지 밥을 먹던 할머니가 큰 소리로 한번더 강조한다.
술 몇잔에 혀 꼬부라진 소리에 다시 찐한 소리로 변하니 시장통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깔깔깔~ 하하하~~ 여자나 남자나 제일 좋아하는게 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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