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하루 가운데

아무튼...

삼천포깨비 2008. 9. 14. 00:09

언제 내 차례가 될까?

모두가 죽겠다는 소리를 한다.

하나 둘씩 하다보면 아래 위로 꼭 다물고 있는 내 입에서 튀어 나올것 같다.

벌써 여러 달째 심각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장통에선 눈 코 뜰 새가 없을 때도 있었다.

가게 옮긴 후.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게 될 말인가.

틀림없이 이사를 잘 못 왔다는 생각부터 했을건데 거기나 여기나...

 

슬이아빠가 공사판 막노동을 나갔다.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 추석전이라고 신참부터 잘라냈다.

추석지나고 다시 보잔다.

일당이 팔만원.

한 달이면 삼십일인데 그러면 이백이 넘는다.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란다.

비오는 날 빼고 이런거 저런거 빼다 보면 이십일만 잡으란다.

돈이 문제지만 슬이아빠가 고맙다.

대단히 고맙다.

이 나이에 일하겠다고 힘든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작업복 입고 새벽같이 일어나 다녔던것이다.

 

장사만 그럭저럭 되어 주어도 힘들게 일 안해도 밥은 먹을거다.

갑작스레 기름값 올라가더니 족발값이 덩달아 뛰어 올랐다.

고 환율은 나랑 상관없으니 빼겠지만.

소고기 안 먹고부터는 족발값이 버릇없이 소고기하고 맞먹으려 덤볐다.

이 어려운 난리통을 첨 경험한다.

몇개월은 배달도 바쁠 때 있었고 지장없던 장사가 꼴아 박기 시작한게 석달이 되나보다.

그래서 잠자코 있을 형편이 아닌지라 노가다 판에 뛰어 들었다.

 

나한테는 좋은 기회다.

아무도 없는 가게 혼자서 한가로이 음악에 귀기울이고 정적에 묻혀 책도 펼친다.

컴퓨터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렇치만 하는 장사 내팽겨칠 수는 없다.

스티커 새로 만들어 상가 아파트 백이십장 돌렸다.

배달 두개 왔다.

한주 아파트 백장 돌렸다.

배달 한개도 안 왔다.

가게 뒤에 공원아파트 쪽에 백장 돌렸다.

배달 한개왔다.

이렇게해서 밥 먹고 살겠나....

 

추석이다.

꼼짝 않기로 했다.

기름값 뚝 떨어졌다는데 형편은 더 나쁘다.

몹쓸 세상.

간단히 나물하고 산적하고 빈대떡에 탕국이 추석날 아침이 되겠다.

그러고보니 밥은 먹고 산다.

몸쓸 세상치고는 내 엄살이 약간은 부풀렸나 보다.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은 말이 없다.

혀가 굳어 버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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