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하루 가운데

화려한 변신

삼천포깨비 2008. 7. 7. 12:59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칫과 의사였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 무서운 칫과 의사 찾아 갔다.

어렸을 적에 갔던 기억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른다.

단지 많이 아파서 다시는 칫과에 가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이틀밤을 진통제에다 슬이가 먹다 남은 약까지 다 털어 넣어도 욱신거리고 아리는 통증은 가시질 않았다.

사흘째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계란만한 혹이 귀밑쪽에 달린 듯 했다.

찐 계란을 입에 물고 있는 느낌이 자꾸만 커지더니 조만간 폭발할 것처럼 아파왔다.

이러다 살아 있다는 걸 의식할지 의문이었다.

아프면서도 참았다.

원인은 돈이었다.

돈이 얼마나 들지 정신없는 가운데 머리를 굴리니 아픈것도 달아 날거 같았는데 이번만큼은 아니다.

 

그동안 아픔이 조금은 있었지만 별게 아니라 여겼다.

고생하는거 비하면 이가 아프던 눈이 아프던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 먹을거 다 먹고 병원 갈거 다 가면 어느 세월에 돈 모으고 사는가 싶었다.

돈은 못 모으더라도 남 빚은 지고 살지 않아야 겠다는 신념 하나로 견뎠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거라 믿었는데 어마어마한 고통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일로 되어 버렸다.

그무서운 칫과에 내 발로 걸어 들어 갈 결심을 했다.

아침이 되자 그것도 뒤로 미루려하니 슬이아빤 미련한 짓 그만하라며 병원 안으로 끌고 온 것이다.

 

병원에 들어서자 충치부터 치료는 하되 이를 해 넣는건 생각 더 해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임플란트를 하게되면 얼마나 큰 돈이 들지 미리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사정이 어떻든 말하는 꼬라지가 밉다.

한결같은 그 성격 어디 가겠는가마는 아파 다 죽어 간다는데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것 보면 야속하기만 할까.

이가 아파서 죽는 사람 못 봤다는것이다.ㅠㅠ

아무리 그래도 뼛속에 대못질하는 고문같은 느낌인데 그러고 보면 내가 독한 년 아닌가 했다.

고문을 당해보면 이 앓이가 훨 낫다나?

얼굴에 수건 뒤집어 쓰고 고춧가루물을 부어  버리면 단 일분도 못 참을거란다.

꼭 말을 해도...

가만 듣자니 부아가 확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심한 고통 어서 벗어나고파 참았다.

 

생각보다 간단히 치료가 되었다.

이틀째 붓기가 가라앉고 지어준 약 다 먹고 나면 떼운다고 하였다.

일주일 지나면서 칫과에 미리 오지 않았던걸 후회하며 악착같이 사는 방법이 이것이 아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를 해 넣었다.

사라진지 오래된 어금니는 거는걸로 해서 은색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껌도 못 씹었는데 간만에 풍선껌으로 기분 전환이라도 해야할까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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