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네.
돈 들어 왔드나.
어제 찔끔 넣어주고는 나머지 부분은 몰라예. 이따 회사 알아봐야지예.
있어봐라 회사에 전화하든지 �아가서 박살을 내든지...
회사 이름 이제 아니까 내가 전화 해 보구요.
전화하고 나한테 말해라. 내가 가만 안 있을기다.
네.
벌써 여러번째 고모로부터 받은 전화다.
컴을 켜서 회사이름 검색하니 나온다.
여보세요. 지가요 누구누구 집사람인데요. 어제 인건비 다 안 들어 왔던데요.
아. 네. 다 넣었습니다.
네? 돈이 틀리는데요.
두번째 더 들어 갔을겁니다.
정말요? 밤에 확인했는데요.
예. 밤에 늦게 입금 되었으니까 확인하면 알겁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얼른 고모한테 전화부터 넣어서 돈 들어 왔다는 말부터 하고 멍하니 앉았다.
돈을 받고도 기분 좋은 줄 모르겠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하염없는 생각들이 녹슨 쇠고리처럼 삐걱거리며 떨어져 나간다.
남은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 궁리들도 있었고 나흘동안의 작업에 이틀이 술이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슬이아빠를 쳐다 봤다.
술을 얼마나 마셨을지 모르지만 잠에 골아 떨어졌다.
먼지 투성이 옷을 벗기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언짢아 그냥 돌아서 아이들 방에 누웠다.
술취한 남편 천대하듯 바라보다 편한 잠을 잔다는게 내 스스로 놀랍지만 어쩔 수 없는 심정이다.
아침에 누룽지라도 끓여 주려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할 만큼 적덩히 눌여 놓았겠다 샤워하고 나오는 남편 속옷이라도 공손히 챙겨주고 바가지는 안 긁겠다고 맘 먹고는 잠 들었다.
따르릉대는 집 전화 벨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시계는 여섯시 사십분.
나도 늦어 버렸는데 이 시간에 전화 거는 사람은 누굴까...
모두가 곤한 잠에 여섯시 반에 맞춘 알람은 혼자 울다 꺼졌나보다.
자고 있는 슬이아빠 부터 깨워야하는데 전화가 우선이니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용화이 일 나갔나?
아뇨. 지금 깨워야하는데요.
알았다.
동시에 뚝 전화가 끊기고 나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슬이아빠 깨웠다.
이슬아빠. 여섯시 사십오분이다.
엉금엉금 기듯 두손을 바닥을 짚고는 겨우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이 닦는 소리가 나고 세면대 물 틀고 세수하는지 쎄~하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후엔 변기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난다.
이내 나오는걸 보니 샤워할 시간은 충분치 않아 그만둔것 같다.
카풀하여 출근하는 일행들이 아직 시내에서 머물고 있다는 통화에 앉은 자리에서 뒤로 벌러덩 누워 버린다.
일 하러 안 갈려구?
도저히 못 가겠다.
뭐라구?
...
잠자기 전에 한 맹세가 깨질까봐 두 말 않고 슬이 슬비 아침 챙기며 누워있는 슬이아빠 곁눈질하면서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 쉬었다.
핸드폰이 울리더니 일행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벗어 던진 양말을 다시 신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장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른 때 처럼 감동도 미안함도 없었고 모르는 체하고 벗어 놓은 옷이며 수건들 챙겨서 세탁기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화가 오는 소리에 하는 일 멈추고 받았다.
올케야. 우리 용하이 너무너무 불쌍타.
와? 불쌍한데요?
니. 노가다 해봤나?
예?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 아나? 오늘 우리 신랑한테도 용화이 인건비 다 안줬다고 확 뜯어삣다.
예. 일단 알았어요. 애들 학교 가야하거든요.
알긋다.
전화기 잡고 있으면 한시간도 모자랄게 뻔해서 애들 핑계대고 얼른 전화부터 끊었다.
엄마.
응?
고모가?
응.
나한테도 전화 왔더라.
머라꼬?
아빠 불쌍타고...
니는 아빠가 불쌍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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