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초라하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가시나보다. 아무리 임시 분향소라지만 이건 아니다. 밤 여덟시 반이 되어서야 임시 분향소에 상이 차려지고 문재인 변호사는 그제사 영정 사진을 들고 나온다.
'노짱님... 가신 그 곳은 편안하십니까. 누구나 환영 하시더이까. 거긴 경계선이 없습니까. '
하얀 국화꽃으로 테두리한 영정사진을 보니 꿈처럼 나타난 듯 너무 해맑은 웃음이 눈부시다. 주위는 순간 울음을 터트리고 마을회관 옥상에 있는 스피커에선 '솔아솔아 푸른솔아'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군가 그런다. "얼마나 무거웠으면..."
빈소가 차려지길 기다린 두시간 반 동안 노사모에서 질서유지에 힘 써 주었고 누구랄것없이 한 마음으로 차분히 앉아서 지켜 보았다.
한쪽에선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썩은 국회의원만 되도 보따리 싸서 서울로 가는데 머할라꼬 이 시골 구석에 와서 이런 일 당하싯노?"
또 한쪽에선 기자들을 향해 소리지른다. "이 꼬라지 볼라꼬 왔나? 와 우리 대통령 죽음 못 막아 놨노? 나쁜 새끼들아!사진 찍지마 개새끼들아!" 자봉하는 노사모 회원은 주먹을 쥐고 흘리던 눈물을 닦고 있었다. 조금도 마음이 슬프지 않은 표정을 한 기자들과 더욱 슬픔으로 누르는 마음 숨기지 못하고 터지는 울음소리는 신비스런 물결이 치는것 같았다.
분노의 눈빛.. 그 속에 구경꾼은 기자들이다. 미친듯 우는 한 남자 옆에 기자들은 빙 에워싸고 있다. 울지마라고 달랠 수 없을 만큼 아이처럼 큰 소리로 엉엉 운다. "돌아 가셨어예... 돌아 가셨어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대다가 남은 힘을 다해 울고 있다. 이렇듯 슬픈 분위기 찬물 끼얹듯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당부 말씀이란다. 많은 언론사가 취재하고 있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란다. 협조... 그거 좋지...
어둠이 짙다. 시계를 보니 여덟시다. 노사모건물 앞에서 박수소리가 난다. 누군가 왔는데 돌려 보내고 잘했다고 박수치는거라 했다. 노란 노사모 건물 옥상엔 사람으로 빽빽하다. 난 빈소 앞 정 중앙에 잡은 자리 뺏기기 싫어 꽤 오래 꼼짝 않고 있었다. 간간이 들려 오는 소리는 이명박 대통령하고 전두환 대통령 화환을 박살을 냈단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얼씬 못하지만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달갑지 않았던거 같다. 눈에 익은 국회의원이 몇몇이 보였는데 욕 먹기에 더 바빴다. 양심은 집에다 두고 왔을려나 했다.
낮에도 취재하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소속이 어딘지 물어 보았고 한겨레라고 대답하자 당장 내려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카메라 박살 내기 전에 어서 내려 오라고 재차 소리를 지르자 태연히 자리를 치웠다. 그리고 어디서 취재는 잘 하고 있는지 알 바 아니다. 워낙에 많은 취재진으로 차라리 영화촬영장이라 하는게 낫겠다. 케이비에쓰 방송차을 보면 더욱 분을 못 참는거 같았다. "당신들 때문에... 당신들이 왜곡하고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것 갖다가 있는 것 같이 확신하고 보도하는것 땜에 그 압박감에 대통령님께서 돌아 가셨는데... 이 개새끼들아. 예? 아! 속 터져 미치겠습니다.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가세요. 가세요. 부끄럽지 않으세요? 저놈들이 찍고 있으니까 이제는 눈물도 안 나요. 이제 가세요~!" "아저씨. 저 사람들 죄가 없어요." "왜 죄가 없어요? 케이비에쓰는 똑같아요. 개새끼들...아주. 아. 죽겠습니다. 개새끼들..."
노사모건물 앞에 스크린에선 노짱님 지난 흔적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노짱님 대통령 되었다고 기쁨의 눈물 흘렸던게 엊그제 같더니 시간이 이렇게나 휙휙 지나갔단다. 권력을 버린게 이다지 위태한 일이였다고?대통령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심지어 탄핵하던 때의 장면에선 솟구치는 분노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당신을 지켜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정작 저 살기 바빠 우리는 반대방향에서 헤메고 있었다. 노짱님 알아서 잘 하시겠거니 하면서 믿은 우리 잘못을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산더미 같은 무거운 짐 혼자 짊어 지신다고 얼마나 힘드셨을까나.
어제 아침 뉴스에 노무현 대통령 자살 기도라는 자막을 보고 믿기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며 무슨 일인가 확인하고 싶었다. 그 사이 전화가 왔다. "순대아씨님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요?" "우리 노짱님 돌아가셨대요." 순간 나는 넋을 찾아 헤메는 미친년 처럼 멍하니 앉아있을 수 밖엔. 티비에선 자막이 바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이란다. 사망...? 방송국에 취직하려면 대학물도 먹고 문자도 쓸 줄 알았는데 사망이라니. 누구 눈치 보느라 이런 개뼉다구 같은 문자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모르는 상황에 어처구니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 특별한 대한민국이 하는 말이 있다. 죽은 후에는 원수가 없단다. 이 말 믿는 사람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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