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다 된 시간에 와룡골 저수지를 돌다가...
슬비가 셀카로... 몬생기게 나와도 개의치 않고. 퓹.
엄마도 슬비 하자는대로... 니 맘대로 해라...퓨퓹.
이 세상에 행복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순간...
이 세상 고뇌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순간인데....
엄마. 나 오늘 아퍼. 엄마. 무릎도 어제도 아팠단 말야. 엄마. 언제 가? 엄마. 언제 와... 나 병원에 가야 하는데. 엄마. 월욜에는 나 대회 나가거든?
어디?
진주 촉석루에 한복 입고 가야 해. 엄마 한복 입어도 돼? 엄마. 대전 같이 가면 안돼?
학교서 몇시에 끝나는거야?
열두시쯤? 그럼 같이 갔다가 일욜에 와서 월욜에 대회 같이 가는거당?
그럼 너 병원 안가?
가야지... 아픈데.
그럼 일찍 학교에서 나와서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엄마한테 전화 하면 엄마가 병원에 가께.
알았어. 엄마. 이따 병원에 갔다가 대전은 언제 갈거야?
천천히 가지 머.
앗싸라비야. 엄마 학교 갔다 올께. 엄마~~~
슬비가 아침부터 투덜대는 정도가 아니었다. 세상에 돌아 다니는 엄마라는 단어를 밤새 흡입했다가 한꺼번에 쏟아 내듯이 엄마를 불러댔다.
아침 버스로 대전 가려 했었다.
현충일 맞춰 포항 둘째도 올라 왔고 홍천서 엄마도 대전으로 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 돌아 가시고 한번도 보지 못한 동생이 넷이나 된다.
맘이 언짢고 아직 맘의 문을 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고민 끝에 더 이상 머뭇 될 수 없었다.
둘째도 꼭 오라는 전화를 하고 또 했다.
이번 모임에 또 마음이 불쾌해서 자리 박차고 돌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맘 내키지 않다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 바라 보고 계실거라는 생각에 미치면 적당한 때가 아닐까 싶다.
항상 한 구석이 무겁고 답답했던 마음이 평화롭기는 처음이었다.
잘 자고 일어나 슬비가 아침부터 저러고 학교 가는 바람에 상황이 엉뚱하게 달라졌다.
우선 엄마한테 못 간다는 전화로 기다리지 않도록 설명해야 했다.
슬비가 이틀 전 부터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터라 슬이아빠도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했다.
엄마는 내가 아프다는데도 가야하냐던 슬비 얼굴이 떠 오르며 여전히 갈등은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다는 소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선뜻 나설 맘이 없어진것이다.
슬비가 학교 마칠 때까지 우선 깨끗이 치우지 못했던 방 구석구석이며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고 운동 다녀 와서도 시간이 남았다.
모처럼 11층에 숙이씨한테 커피 마시러 갔다.
3주째 다니는 사무실 이야기며 그동안 아파트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열두시가 되어버렸다.
슬비가 전화를 할까봐 못다한 이야기 담으로 미루고 집에 내려와 티비와 마주 앉았다.
이녀석이 전화를 한다는 시간이 한참 지났다.
토요일이라 병원 문 일찍 닫을테고 시간이 이르다면 대전가는 버스를 탈 생각도 가졌었다.
한 시를 넘겨서 전화를 한 슬비는 조금 늦을 거라고 하더니 다시 전화 한 시간은 세시가 다 되어서였다.
우선 병원에 가서 접수 부터 하라고 시켰다.
병원에서 전화를 다시 걸었다.
엄마. 병원은 문 닫고 응급실만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
그러니까 일찍 오라고 해짜나. 지금 접수해라.
응급실에 하면 배나 비싸다며...
비싸든 싸든 아프면 치료 받아야지.
엄마. 그냥 안 하고 오늘 장날이니까 장에 가서 국수 먹고 집에 가자.
안된다. 나중에 또 아프다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 접수 하고 의사 봐라.
그렇게 하여 슬비는 병원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장에 살 때는 모퉁이 붙어 있던 의원에 몇 번 쫒아 다녔던 기억이 있을 뿐 좀체 병원에 간 기억이 없다.
무릎은 학교에서 조퇴 맞고 정형외과 병원에 가기로 하고 우선 목감기부터 치료 하기로 했다.
어느새 주사 두방이나 맞았다며 함박 웃음으로 내 앞에 섰다.
계산하고 약국에서 약 타고 시장에서 국수 먹고 3주동안 굶겨 놓은 사람들 먹을 거리 잔뜩 챙겨서 집에 왔다.
오랜만에 주말 맞은 슬이아빠에게 당근인 회는 시키지 않아도 슬이 슬비랑 같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말없이 사라져도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차려 먹다가 모처럼 저녁상 차리게 되었다.
아직 해도 남아 있는 시간에 와룡골 저수지 산보나 가자고 슬비한테 물었다.
대체로 강제적이던 것을 아픈 애를 데리고 가는게 좋을지 안 좋을지 몰라 못살게 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슬비는 아주 좋아라 했다.
내가 뛰기 시작하면 조금 후엔 앞장 서선 돌아 보고 웃었고 내가 걸으면 따라 걸으며 손을 잡는다.
괜찮냐?
어. 엄마. 아까 의사선생님이 이정도에 병원 왔냐구 하드라. 나는 마이 아픈데...
모야?????
엄마한테 걱정하지 말라는 의도였는데 순식간에 우리 둘 사이의 평화는 종결된 상태가 되었다.
나쁜 지지배.
'살아 있는 이야기 > 쉼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 화. 수. 목. 금. 토까지... (0) | 2011.06.19 |
---|---|
와룡골 체육공원에서... (0) | 2011.06.14 |
영등포에서의 작은벙개 (0) | 2011.05.31 |
당진으로~갓~! (0) | 2011.05.31 |
강원도 홍천군 남면 명동리 (0) | 2011.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