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병원에서...

삼천포깨비 2005. 6. 24. 23:24

"엄마~ 아프다~~~"

병원에 달려가니 엄마를 보자 마자 슬이가 하는 소리다.

"아픈만치나 아파야 당연한거 아이가? 아파도 참아야제..."

나는 슬이의 아픔이 어떠한지 알면서도 남말하듯 더 이상 아프다는 소리를 막았다.

저 아픈 만큼 나도 아프다...

지금이야 아파도 별탈없이 수술이 잘 되어서 날만 새면 괜찮다는 전달이 너무 퉁명스럽긴 했다.

 

갑자기 하교길에서 배가 아파 주저 앉으니 친구들이 '쌩 깐다'면서 얼른 일어나라 했단다.

"진짜 아프다..."

친구들은 슬이의 애원에도 혹시 생리통일수도 있다면서 양 어깨를 부축하여 가까운 이모집까지라도 가려다 가게로 전화를 했다.

먼저 병원으로 가 있게하고 슬이아빠도 허둥지둥 병원으로 향했다.

이어 병원에서 연락온것이 슬이가 맹장으로 수술들어간다고 했다.

요즘 큰병으로 치는게 아니니 염려말라면서 수술 끝나고 가게로 내려가겠다고 하고는 전화가 끊겼다.

이제 겨우 열다섯인데 어린게 수술을 한다는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떨어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당장 뛰어가 들여다 보지 못하고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하는 나는 순간 미치고 싶었다.

그러던 내 마음이 슬이가 수술 잘 끝내고 회복실에서 창백한 얼굴로 엄마 알아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마취때문인지 속이 미슥거리면서 헛구역질로 밤새 괴로와했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반복하면서 슬이 얼굴을 들여다 봤다.

아파서 잠이 안온다고 슬이는 눈을 뜨고 날 보고 있는것이다.

"엄마~ 자라~ 내가 엄마 깨와 주께..."

슬이가 하루사이에 철난 모양이다.

아프면서 엄마 걱정하는걸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침이 되어서 슬이는 혼자 화장실 다녀왔다.

참을만해 움직여도 상관없다고 하니 내가 할 일이 하나 없이 병원에서 보낸것이다.

가스가 나올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으니 손가락 까닥 안하고 대신 내가 편하게 누워있었다.

옆에 빈 침대에 비닐시트가 무릎이 굳어질 정도로 찬기가 스몄지만 견딜만 했다.

간호사가 들어와 링겔을 확인하고 빈 침대에 이름표를 붙인다.

곧 아줌마가 환자복을 입고 들어와 사색이 되어 드러눕는다.

앞 침대에 누워계시던 할머니가 팔꿈치를 짚고는 일어나 앉으시더니 어디 아파서 왔는지 물어본다.

"밤새도록 아리고 아파서 왔드만 혹이 났다고 하네여. 아직 들 아리서 한이틀 기다리라 카네여. 밭이고 논이고 어지러노코 만수로 바빠죽겠는데 이란다 아입니꺼? 촌에서는 어지간이 아파도 참는다 아입니까? 참을만하면 참겠는데 일하는데도 똥구멍이 어찌나 쑤시고 아픈지..."

"야는 아직 어린데 마이 아픈가베?"

"예... 공부하기 싫은데 학교 안가고 좋죠 머."

"너무 하라고 쪼아 샀지마이소. 머리대로 하지 사람 되그로 크면 그게 젤이지. 우리 손주가 장학금을 칠백만원타가 줘도 공부 잘해가 서울대학가도 조치만은 착하게 크라는 말..노상 그말만 한다."

"할매는 어데가 아파서 왔습니꺼?"

"나는? 어퍼져서... 아이고~ 이날 입때 일에 손 안대고 살다가 매실밭에 가서 도르 도르 열린게 있어가 따고 풀이 만이 나서 풀 비다가 안 어퍼졌나...나도 전에 밭 부치고 하던 사람이 되나서 풀 보고 가마이 있을 수가 있어야제. 아들한테 마이 구사리 무따."

"아요~ 와 약이 이래 안 내려가노? 한 이틀 병원에 누버 있어 될게 아인데... 밭에 가서 일이나 하다 오라하면 안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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