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애들 앞에선 말 조심하기.

삼천포깨비 2006. 6. 2. 00:45

쏘대이모 손주가 시장에 오니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아이구 밉상이네~"

"낳아 놓으니 절로 큰다 아이가?"

"언제 저래 다 컸노?"

할머니들은 너도 나도 일어나 천원짜리 하나씩 손에 손에 쥐어 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네살박이 사내아이인데 귀엽게도 생겼고 바라만봐도 사랑스러우니 시장통은 즐거움에 싸인듯 했다.

아직 돈을 모르는지 천원짜리 몇장을 한 손에 들고 흔들어대더니 날려버리는것이다.

쏘대이모는 뒤쫒아오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으면서 손주 손을 잡았다.

"이제 장난 그만해라. 이노무 자쓱아~"

지켜보던 철띠기할매가 지난 밤에 다녀간 손주가 생각나는가 보다.

손주가 할머니를 놀렸던것이 신기해 하면서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애들 앞에서 말도 함부로 못하겠드라. 즈그 아배한테 머라캄시롱 '아이구~'했더니 손주가 내만 보면 '에이구~ 아이구~' 안 하나?"

철띠기할매는 손주의 재롱을 눈 앞에서 보여 주는것 처럼 실감나게 손주흉내를 그대로 냈다.

 

"말얼 아 듣는데서는 함부로 했다간 다 따라 하는거 모르나?"

"그케 말이다."

"어떤 할매가 옆집 할매한테 전화를 거니까 손주놈이 받았는갑드라. 그래서 느그 할매 바꿔라고 했더니 머라카는 줄 아나?"

"머라카든데?"

"자빠져 자는데요... 하는기야. 그래서 깨비봐라... 하이까네."

철띠기할매는 침을 꿀떡 삼키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자빠져 자는데요. 안카나?"

"자기 할머니보고 자빠져 잔다고 해요? 정말요?"

나는 놀란 토끼눈으로 큰 눈이 더 커졌다.

"그래. 실화라카이... 그라면 깨비봐라... 하이까네. '자는데 깨비면 지랄 할낀데요.' 안카나?"

 

이런....쯔쯔쯔...

날씨는 무어라 나무랄데 없이 좋기만 한데 이야기 듣고 난 후 부터는 어두컴컴해진다.

말은 절로 생겨나고 절로 자라는것이라 했어도 이렇게나 경우없는 말을 듣고 누굴 나무랄까마는 지나쳐도 크게 지나친 말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고 하지 않았는가.

함부로 말하는 어린아이들의 말에 경우에 초과해도 재미있어하고 웃어버리고 만다면 불완전한 인격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이가 컴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엄마 좀 하게 일어나라. 엉?"

"헐~~"

"으이구~ 내가 너 땜시 짱난다."

이런이런~

나도 마찬가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