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만 오천원짜리 만원 받다가 지금은 오천원~ 눈물이 나네~ 눈물이나네~ 자~ 내 얼굴 만져봐~ 눈물이 났는가 안 났는가? 만 오천원짜리 만원 받다 오천원하는데 눈물이 나나? 안 나나? 이제 몇 개 안 남았어. 눈물이 핑 돌아~ 눈물이 핑 돌아~"
돗자리 파는 아저씨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더니 진짜로 소매로 눈물 닦는 척 연기도 잘 한다.
아니 눈물을 닦는 척 하는게 아니고 땀을 훔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돗자리 아저씨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며 다시 한번 구성지게 장단을 맞추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만원 팔다 오천원이면 너무 싼데 하나 사시지..."
나와 눈을 마주치자 서먹서먹한 시선으로 더 가까이 다가선다.
내가 살지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얼른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내 놓으면서 어서 사주길 바랬다.
"저 이런거 필요없는데요?"
돗자리 아저씨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얼른 돌아서더니 장에 팔러 나온 아주머니한테 한 개를 팔더니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도 따라 하나 더 샀다.
돗자리 아저씨는 신났다.
아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멘트를 하면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몸을 우로 좌로 비틀더니 한쪽 방향을 향해 곧바로 걷는다.
"그놈의 눈물 몇번만 핑핑 돌았다가는 시장통 바닥 돈 다 긁어서 짊어지고 가겠다. 흥! 시커면 얼굴에 웃음은...저거 옛날에도 오천원 했다."
눈을 감고 있던 할머니도 어느새 눈을 뜨고 무슨 구경이 났는지 멀금히 쳐다 보고 있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한 소리 해댄다.
그러나 더 이상 관심은 없는지 꼼짝도 않고 앉아서는 "누가 내 잠 좀 가져가라"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하나 없어 보였고 마늘을 까고 고구마 줄기를 벗기며 제각각 하는 일에 열중이었다.
돗자리 아저씨가 지나가고 시장통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뜨거운 열기만 가득하였다.
내가 뒤돌아서서 설겆이하고 있었는데 다른 생각이 깊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 손님이 와 있었다.
족발을 하나 썰어 달라고 했나보다.
손님은 이쁘장한 아주머니였는데 오래전에 삼천포를 떠나서 살았던것 같다.
대화내용이 바보라도 알아 들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추가하고 마치려한다.
손님: 삼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게 없네?
슬이아빠: 내나 그대로지예?
손님: 네. 시장도 사람만 조금 바뀌고 옛날 사람도 보여요. 수협은 어디쯤에 있어요?
슬이아빠: 삼십년전에 있던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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