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쥐들의 세상에서

[스크랩] 인물났다 인물났어...

삼천포깨비 2006. 9. 29. 00:04

 

 

기수언니가 평소보다 더 밝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진찬이 아지매와 재민네랑 같이 수근 수근하더니 난데없는 방문이다.
챙이 긴 모자를 썼지만 가까이서 보니 웃는 얼굴이지만 부석 부석하니 붓기가 덜 빠졌다.
눈 지방 수술로 여간 애 먹은게 아니라고 흘러 들은 말이 생각났다.


"아이고... 이슬아... 그나 저나 축하한다. 인자 봔네..
저거 누가 걸어준기고?"
"슬이아빠 동창회에서 했어요."
"글 솜씨가 있었드나?"
"언제 살림하고 장사하고 그럴 시간 있드나? 슬이네가 장한 일 했데이...
장하다..."


"안그래도 언니 얘기 들어갔는데요"
"노무현이 우리 오빠라고 했던 말 그대로 썼걸랑요. 나중에 잡혀갈지 상 줄지 몰라예."
"오빠니께 오빠라 켔는데 머가 잘못이고?"
진찬이 아지매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한다.
"쟈는 이자 야채는 다 팔어 먹었다."
"언니는? 진차이 언니는 한나라당에서 표창장 줄기고 기수 언니는 열린당에서 상줄지 누가 알어?"
"됐다. 그래 슬이야...축하한데이..."
"네 고맙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까지 하고 돌아서는데 다른 한쪽에서 날 쳐다보면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슬아... 시장에서 인물 났다. 그리고 고맙다. 대단하고..."
"고마운건 또 머고?"
"옆에서 겁쟁이처럼 눈치 살피면서 물어 온다.
"정말 고마운거제. 삼천포 말만 들어도 눈물날것만 같어. 내가 서울에 갔는데...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 삼천포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겠어. 그런데 사람들이 삼천포가 어딘지 아무도 몰라. 진주밑이라 하니까 알데...내 사는 곳을 아무도 모른다는게 어찌나 섧든지..."
"이슬네가 좋은 일 했다."


이런..
동신네 앞에서 토마토를 파는 아줌마인데 옷을 보니 오늘은 팔러 나온 모양새가 아니었다.
"오늘 쉬나베요?"
"어. 쌀 팔러 나왔다가 들렸더니 좋은 소식 들리데..너무 좋더라."
"책 한권주라. 책에다 싸인도 해 주라. 알았제?"
"네..."


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예총에서 화분을 보내왔고 사천일보를 보고 문화원장이 방문도 해주었다.
시인 박재삼님과는 형님 아우사이라면서 자기도 삼천포 육자배기를 쓴 시인이라신다.
명함을 내 밀고 책한권 싸인받아 일어서시며 앞으로는 싸인 할때에 참고하라면서 이렇고 저렇고 일러주셨다.
내가 본적이 있나 한적이 있나...

출처 : 60년 쥐들의 세상
글쓴이 : 홍천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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