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야! 야!

삼천포깨비 2006. 12. 27. 09:13

"야! 야아!~~"

시장통 한 복판에서 신씨 아저씨가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불러댔다.

다시 "야!!"하면서 손짓을 하니 한꺼번에 돌아본 사람 중에 자기임을 느낀 박스줍는 아줌마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일을 멈춘다.

"우리 집 골목에 박스 좀 치워라."

"아~ 예~ 예~"

박스 줍는 아줌마는 고개를 연신 주억대며 대답하는 목소리도 힘찼다.

 

조금 있으니 진주할매가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 오더니 의자에 앉아 복장 터지는 일 생긴것 처럼 가슴을 친다.

"이슬아~ 도깨비 지름부터 주라."

"와요?"

"세상에 집에가면 천냥어치는 되는데 아무리 시퍼보이고 서푼어치 보인다고 야! 야! 하고 부르나? 그 사람도 나이가 오십도 훨씬 넘었는데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나이 묵었으면 얼마나 묵었다고 다 큰 어른을 아 부르듯이 하노 말이다? 옆에서 듣는다고 허리 쿡쿡 찔러샀는데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안글라? 내가 모가 무섭다고 하고 싶은 말 감추고 살겠노? 지나 내나 많이 살아 봤자 이십년이다. 다 죽으면 같은 처지인데 지금 번듯한 건물 속에 산다고 길거리서 박스 줍는다고 말을 함부로 하나?"

매사 옳고 그름 똑 부러지게 따지고 드는 진주할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술 한 잔으로 속풀이한다.

 

그러고보니 특별히 호칭이 없다는걸 알게 되었다.

보통 시장통에선 가게 상호를 부르거나 팔고 있는 물건 이름을 부르면 알아 듣는다.

만만한 사이라면 '박스야~'하고 부르겠지만 생전 이름부르고 지내지 않다가 막상 부르려 하니 곤란했겠다.

 

굳이 따지고 들 일이 아니지만 연말 연시에 따듯한 정이 그리운 탓일까 이왕이면 존중하여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귀청이 떨어지게 불러대는 호칭이 '야!'라기 보다 '아줌마'였어도 무난히 넘어갔을 이야기 씁슬히 적어 본다.

몇년을 날마다 가게앞에서 박스 주워가는 아줌마지만 가깝기 보다 무심히 보았기에 부르기에도 멋적었는지 모른다.

나도 박스 줍는 아줌마를 다정히 불러질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박스 치워주어 고마우니 고맙게 느끼며 불러보겠다.

"아줌마~~ 고마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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