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도깨비가 여린 꽃잎되다.

삼천포깨비 2006. 9. 19. 00:31

생각하면 할수록 실없이 웃음이 자꾸 나온다.

오늘이 세번째 찾아준 손님이 있다.

첫번째는 우연하게 들렸는데 족발 사가지고 집에서 먹으려던 참에 티비에 나오는 내 얼굴을 봤던것이다.

금방 갔던 집에 아주머니가 나오니 반갑기도 했지만 뜻밖에 책을 썼다는것에 너무 감동먹었다고 했다.

 

언제 시내에 나오면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서 사인 받으리라 생각하면서 마음은 두근반 세근반...

자기 생각엔 글 쓰는 사람이 그렇게 신비스럽고 대단하게 여겨져 얼굴을 똑바로 들고 볼 수 없을것만 같았다면서 두번째 가게 오는 날 책을 들고 나타났다.

오기전에 소주를 두병이나 마시고서...

 

평생 배를 탄 뱃놈이지만 책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책 볼 시간은 별로 없단다.

바다에 나가면 키를 잡고 있어도 육지처럼 선이 그어진것도 아니니 별로 신경쓰지 않고 몇시간을 망망대해를 누빈단다.

하는 일 없어 책을 볼것 같지만은 아니란다.

그냥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기 잡을 궁리밖엔 다른 생각 없다고 했다.

육지에 내려서도 마찬가지란다.

바다에 시달린 몸은 몇배나 더 피곤하여 술 마시기 아니면 잠만 잔단다.

그래도 책은 좋아한다면서 사인받은 책을 가슴에 품고 가더니 오늘 또 온것이다.

 

마누라 심부름으로 닭 한마리 사러 왔다가 앞을 지나치려니 허전하더라며 순대 삼천원어치 싸 달랬다.

남보다 조금 더 넉넉히 담아서 건냈더니 삼천원을 내미는 손이 부끄러운 듯 얼른 돈부터 탁자위에 얹어 놓고는 순대봉지 받아든다.

"바람이 불어 비에 젖은 여린 꽃잎같은 맘씨 다시 보러 올께여..."

와우~~~

평생 배만 탔다는 아저씨가 날 보고 한 인사였다.

오케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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