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쓰여진 말인지 분명치 않는 말들이 시장통에선 암거래하는 듯 은밀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디에 근거를 둔 사실인지도 확인 못하여 접어 둔 말이 몇개나 되는데 그 중 생각나게 하는 말이 있어 잠시 생각을 멈추고 앉았다.
'조선 사람 열이면 눈 뜬 봉사가 일곱이다'
이 말을 듣자 마자 말을 꺼낸 할머니한테 달려가 물었지만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러면 왜 이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손님이 요것 저것 따지고 깍고 별 꼬라지 다 지기다가 돈을 주는데 한 장 더 주더라."
우리나라 법이나 시장통 할머니들의 말이나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되는거 비슷해 보인다. ㅎ
'가가부 자손'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느날 '가가부 자손'에 대해 검색을 해 봤었다.
무슨 말라빠진 개뼉다구 같은 소리냐는 식으로 검색결과 빵개였다.
할머니들한테 가서 물었다.
"가가부 자손?"
"오월달인가 보리 벨 때 보면, 한쪽에선 보리베고, 한쪽에선 타작하고, 한쪽에선 모심그고... 여러가지 일을 다 각기 하는걸 보고 가가부 자손이라던데..."
"성이 다르고, 사람이 다른 걸 가가부 자손이라고도 한다."
할머니들은 적극적으로 해설을 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 본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여자의 큰 가슴을 쳐다 보거나 궁디 쳐다 보는 눈빛은 같다는것...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은 나한테 중요한 걸 알려줄 모양이었다.
날 부르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이슬아~ 대비 아나? 대비?"
"왕비? 말하는거야?"
"아니... 대비말이다."
앞에 댓자에 강하게 발음을 하였는데 대비마마할 때는 대자는 약하게 비에 약간 올리는것.
"대비?"
"응"
"몰라. 먼데예?"
"양말이다. 양말도 몰랐제?"
"우리나라 말이예요? 일본 말이예요?"
"몰라. 옛날 사람들 양말 보고 대비라고 다 했데."
"슬이아빠도 대비가 양말이라는거 알았나?"
"응"
"꼬랑에 스답 하러 간다는 말 모르제?"
"사분은 아나?"
"시그리라는 말도 있다."
첨에는 웃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알아 듣질 못했다.
다시 설명해주길 바라며 스답이며 시그리이라는 말을 꺼내니까 한참을 웃기 바빴다.
내가 하는 말이 사투리가 아니여서 표준말로 따라 하려니 술주정뱅이가 혀 꼬부라지는 소리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스답은 빨래한다는 말이고 사분은 비누, 시그리는 바닷물에 야광충... 플랑크톤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벌레인데 밤에 바닷물이 파랗게 빛을낸다는것이다.
잘 쓰지도 않는 말 꺼내놓고 잘 설명도 되지 않아 괜히 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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