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줄을 잘 서야....

삼천포깨비 2007. 12. 14. 00:22

"국회의원들 인물은 하나도 없는데 삼천포 국회의원이 제일 인물덩어리드라."

"누구?"

"이방호!"

"키도크고 눈섶도 시커멓고 텔레비도 자주 나오고..."

"이번 선거 대통령 후보가 너무 많아서 넘의 나라에서 보면 진짜 우리나라에 인물들 많구나... 할끼다."

"전부 지 잘났지. 누가 될것 같네?"

"누가 되면 모할래?"

"대통령은 이미 찍어 논 당상이고 내년 총선땜에 신경 쓰고 있다고 하는데. 여그는 몰표로 확 밀어 붙인다고 안하나?"

"즈그 맘대로?"

"이방호가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라고 전부 줄을 쫙 섰다는데 줄이 안 보인다는데."

시장통 한쪽에서 아지매들 서넛 모여 노골적으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줄이라...

 

이번만큼은 누굴 찍을지 딱히 정해 놓지 못한 상태다.

날마다 선거이야기 귀가 따갑지만 내 맘은 어느쪽도 정하지 못했다.

오늘 슬이아빠 입에서 정동영을 찍어야겠다고 한다.

너무 뜻밖이다.

이장춘 전 외무대사가 정동영 대통령후보 지지 연설하는 장면을 보고 정했다는것이다.

여론조사로나 분위기로 봐서는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는게 분명해졌는데도 정동영을 지지하는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줄 잘못 섰다간 한방에 날아갈 판에 저런 용기 있다는건 응큼한 목적은 없었을게다.

누구보다도 확신에 찬 연설이 맘에 들었나보다.

그래도 이명박이라고 하면서 사람 속 뒤집어 놓던  슬이아빠다.

정의나 개혁보다 우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게 옳다는 주장으로 몇 달을 입이 아프도록 싸우기도했다.

 

언젠가 서프에서 글 하나를 빼서 읽어 주었다.

'부정부패, 꼼수, 투기, 편법... 이런걸 능력으로 인정하는 썩어빠진 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것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이제나 저제나- 멀티닉으로 글 올렸지만 글 한 줄에 양심만큼은 튼튼한 사람같았다.

그날로 능력 능력하던 소리는 쏙 들어갔지만 화장실에서 신문만 보고 나오면 이 신문엔 왜 이러냐며 따져들기도 하여 감정 또한 여러번 상 하였다.

동아일보를 보다가 한겨레를 우기고 우겨 보게 되었는데 신문을 하느님보다 더 믿는건지 신문내용과 방향만 틀려도 트집거리가 되곤 했다.

부부사이가 자꾸 나빠지기 전에 입 다무는게 상책이다 싶어 인터넷도 들여다 보지 않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모르는게 약 맞다.

한동안 싸울 일없이 잘 지냈는데다 입 아프지 않고도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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