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니 울음이 정울음인가? 내 죽음이 정죽음인가?

삼천포깨비 2007. 12. 13. 00:07

"니 울음이 정울음이가? 내 죽음이 정죽음이가?"

갑작스레 쏘아부치는 말투로 진주할매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여 하는 일 멈추고 쳐다 보니 이내 조용하다.

 

놀라서 이쪽 저쪽 번갈아 보아도 아무 일은 없는 듯 했다.

금방 한 말이 무슨 소린지 해석해 보라며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아~ 그거? 니 울음이 정울음인가, 내 죽음이 정죽음인가, 하는 말이 옛날부터 있다."

"언제부턴데 지금껏 살아도 첨 듣는 말이구만."

내 궁금한 말에 답해주는 할머니는 앞에 철띠기 할매였다.

 

철띠기할매는 아침부터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쭉 지켜 보았던터라 나름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어느날 아버지가 이웃에 시집 간 딸한테 안 찾아갔나.아버지가 왔는데도 따신 밥은 커녕 제대로 된 밥상도 못 받고 굶기를 예사로 하자 섭섭함으로 집으로 되돌아 온기라. 아무리 생각해도 괘심하기 짝이 없어 자신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게 하여 장례를 치루게 했는기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온 딸은 아버지 시신앞에서 대성통곡을 했제. '아이고~ 아부지~ 울밑논 내한테 주기로 해 놓고 그냥 돌아가셨소?'하면서 자꾸만 주윗사람들에게 아버지하고 약조한 사실이 있다는것을 울음섞은 소리로 알리는거야. 죽은 척 하고 누웠던 아버지는 딸의 거짓 행동에 너무 화가 난거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네 이년! 니 울음이 정울음인고? 내 죽음이 정죽음인고?' 했다는거 아이가?"

"울밑논? 그게 뭐데요?"

"울밑논이 옛날 울담밑에 논있는데 그게 제일 좋은 논으로 친건데, 딸년이 아버지 죽으면 지 혼자 입 싹 닦아 버릴라고 쑈를 했는데 죽도 않은 아버지가 일어나서 호통을 쳤으니 그 말 아이가?"

"오늘 와 갑자기 진주할매 열 받아 저래 큰 소리났는데요?"

"아~~ 앞에 아저씨가 진주할매한테 백만원 빌려 달라고 했는갑데. 돈이 없어가 물건 살 돈 빌려 달라면서 진주할매한테 빌려 달라고 했는갑드라. 진주할매가 뭉티이 돈을 들고 다닐 일이 없는데 아들 몸 안 좋다고 약해준다고 돈 들고 나온걸 어째어째 봤는지 그거 보고 그 말 나와서 난리 친거제."

"그 아저씨 쓸데없이 한 마디 해 가꼬 용코로 당했구만."

"천만원이 돈이가? 하는 사람이 돈 백만원 빌려 달라니 말 되나 안 되나?"

철띠할매는 사뭇 재미있는 듯 까마득한 먼 옛날 이야기를 용수철 튀듯 꺼낸것이다.

뜻밖에 한 건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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