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하루 가운데

우리 우리 설날에...

삼천포깨비 2008. 2. 9. 23:16

 

설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으례히 가던 곳이 대명 스키장이었다.

이번엔 다른 곳으로 바꾸자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우선 먹을거리부터 챙기고 방향을 다른 곳으로 정했다는 말에 흥미없어 하는것 같아 저수지로 향하다 다시 되돌아 갈까도 했었다.

대명스키장엔 스키가 아니라 주 목적은 눈 썰매에 있었다.

삼천포에서 올라가는 식구들이 우리뿐만 아니라 일곱째네가 있어 겨울에 친정 나들이는 아주 특별했다.

사내 둘이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데 아이스박스부터 챙긴단다.

눈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오기 위해서라는데 그 정도였으니 눈 썰매타기위해 드는 엄청난 비용엔 신경 쓰지도 않았다.

네가족이 될 수 있고 다섯가족이 될 수 있지만 행동을 같이해야하기 때문에 앞장 서는 사람이 돈을 셈하는 속도가 빨라야하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친정 오는 길에 여섯째네 지나게 된다.

딸이 셋인데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발구를 일하는 틈틈이 만들었다는 자랑을 듣게 되었다.

옳거니!

바로 이렇게 좋은 체험을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것을 멀리 빙빙 돌아 다닐게 뭐람.

미리 말해 버리면 흥미 잃을까 입 다물었다.

여섯째네 전화 해서 장작불 부터 피워 놓게 하고 발구 세개도 같이 부탁했다.

무엇보다 그 넓은 저수지가 푸짐한 선물이라는게 벌써부터 들뜨게 했다.

삼천포에서 오는 아이들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 얼마나 놀라고 기뻐할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수지 앞에 도착하였는데 눈이 보이는 썰매장이 아니였는지 아이들은 시큰둥하면서 억지로 끌려 온다.

나는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에 아이들 표정이 달라진다.

얼음판 위에 발구를 타는 동네 아이들을 보면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발구에서 내려 타는 요령을 알려주며 등을 밀었더니 소리를 내 지르기도하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한다.

얼마나 재미났는지 떨어질 줄 모르며 얼음판을 지치더니 편을 갈라서 게임한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달린다.

사내라 역시 달랐다.

슬비는 되도록 여자같은 모습으로 얌전하기만 한데 축구한다는 구실삼아 얼음위에서도 공차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큰 이모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감 하나 만들어 주었다는 뿌듯함과 흐믓함으로 날마다 기분 좋을것이다.

재미있는 놀이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 찍었던 관계로 기술적 부족으로 화면이 엉망이긴 하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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