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묵하고 나즉한 돌기둥에 삼천포여자중학교라고 새겨져 있다.
뒤에 푸른 나무가 덩치에 맞지 않게 상냥하게 반기는듯 하다.
슬이도 엄마가 오는걸 보고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교실쪽을 바라보며 싱긋이 웃었다.
"엄마~! 학교에 올 때 앞치마 벗고 와!"
"학교에 갈 때 앞치마 벗고 가지 입고 가냐?"
퉁명하게 대답하면서 전신이 보이는 거울 앞에 옆으로도 서보고 턱도 치켜 보았다.
목주름이 깊은데 감추는 목티를 입을까 남방에 가디건을 입을까...
점점 살이 쪄서 어울리는 옷이 없어 큰일이지만 어쩐다니.
편한대로 청바지에 손에 잡히는대로 줏어 입고는 학교로 뛰었던 것이다.
시간을 맞춘다고 했는데 늦어버렸다.
벌써 교감쌤의 학교에 대해서 전반적인 설명은 끝나가고 있었다.
교육청에서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는것이 사랑이라는 교육에 이어 학부모 대표를 뽑는다고 잠깐 어수선하다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슬비 초등학교때 육년을 �아가도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도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어 보지 못했는데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평상시와 달리 얌전하게 밥을 먹었고 묵묵히 앉아 있기 보다 엄마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웃었다.
앞에 앉은 엄마는 나와 너무 딴판으로 차근차근하고 예의바르게 누구의 엄마라며 인사를 하는데 슬비가 외국인 여자처럼 이쁘다는 아이의 엄마였다.
시간만 있다면 계(?)라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건만...
나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어서 담임 선생님과 면담으로 끝을 내고 가게로 뛸 생각뿐이다.
결국은 가게에서 어서 오라는 전화에 담임 선생님 얼굴만 잠깐 뵙고 인사 꾸벅한게 고작이다.
슬비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몰래 갖고 있는 비밀스러움처럼 동일한 기분이다.
언제나 정성껏 하고자 했던 엄마 마음 알고 있을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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