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고맙습니다.

삼천포깨비 2008. 9. 27. 17:46

엄마. 고맙습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응?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가게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슬비가 벌떡 일어나 인사하는것이다.

인사에 익숙지 않는 나는 뜻밖에 고맙다는 인사가 놀라웠다.

슬이도 무슨일인가 놀라 찢어진 눈이 똥그랗다.

슬비가 언니와 무슨 일을 꾸미거나 말을 주고 받은거 같진 않다.

 

뭬야?

엄마. 남자로 안 태어나게 해 주시고 여자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더 꾸벅 유치원생처럼 배꼽인사를 한다.

나는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끈질기게 듣고 있어야 했다.

무엇이 슬비를 고맙게 했을까...

슬비의 요란한 인사가 끝나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마. 남자로 태어났으면 군대 가야하고 군대가면 미국산 쇠고기 먹어야하고. 멜라민 과자도 먹어야하잖아.

졸지에 당한 행복감...

이뻐서 미치게 만드는 녀석이다.

'살아 있는 이야기 > 쉼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꼴찌에게 박수를...  (0) 2008.12.27
12월을 보내면서...  (0) 2008.12.11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08.09.23
금요일. 갑자기. 친구가.  (0) 2008.06.13
처음 그때처럼  (0) 200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