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첩/아이 돌보미

준이와 서영이 사흘동안 인생게임

삼천포깨비 2011. 8. 4. 00:34

 

 

 

 

 혼자서도 잘 놀아 준 준이.

 잠깐 비 그친 오후 초전 공원에 나들이

 책벌레 서영이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나섰다.

 남매가 지독히 끈끈한 사이다.

 준이는 놀고 싶어 하고.

 서영인 다리가 후들거려 집에 가자고 짜증.

 이것이 인생게임이라나. 대학생은 빚을 달고 시작한다나... 직장인은 월급은 쥐꼬리. 세금 내야하고 결혼해야하고. 끙.

 우리 아파트 데려 와 비 그친 사이에 그네를 독차지. 운 좋게도.

 보통 앉아서나 서서 타는 건 재미 없다고.

 우리 아파트 놀이터 바닥이 탄력이 좋아서 떨어 져도 걱정은 없을 듯. 안심하고 지켜 보았다.

사흘 동안 준이와의 사랑은 끝이려나.

 

아이들의 웃음이 주는 즐거움은 그 어떤 괴로움이 있다 해도 비할 바 아니다. 준이 때문에 많이 행복했고 많이 편안했다. 말을 아주 잘 들었으며 혼자서도 척척 해 내는 의젓함이 남자라서 그렇다 하였다. 까다롭다는 누나의 성격을 듣고는 별 까다로움이 있겠는가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이나 까탈스러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역시 어린아이였다. 사탕에 눈웃음 살살 띠우고 아이스크림에 금방 안긴다. 그 순간을 내 놓칠리 없는것이다. 어린아이들을 꼬시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부드러운 눈빛과 칭찬이 사탕보다 더 만족스러워했다.

 

첫날은 긴장도 긴장이려니와 한 눈도 팔지 못하고 두 아이들에게 매달렸다. 주로 4살 준이에게 신경을 썼더니 서영이가 많이 서운해 했다. 사촌 언니도 그랬고 이모나 할머니도 그랬다며 선생님도 마찬가지라는 거였다. 아뿔싸~! 하며 준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서영이와 보드게임으로 두 시간 이상을 감당해야 했는데 끝나고 나서도 다른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빙고게임으로 숫자는 재미 없다면서 위인들 이름 쓰기나 꽃으로 칸을 채우고 동물로 칸을 채우고 식물로 하자고 계속 조르는데 속은 미치고 환장할 정도였다. 내 괴로움을 이틑날 슬비가 하도 궁금해 하여 우리집으로 데려 와서 나 대신 슬비가 서영이를 상대해 주기로 했다. 2시간 반 만에 슬비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 버렸다. 슬이아빠 소파에 앉아서 아이들과 한두번 눈 맞추는 것 외엔 관심도 없어보였다. 투명인간으로 살으라 하고 두 남매와 아침 8시 반 부터 저녁 6시 반까지 돌보미로 일했다. 서영이 엄마가 집에 데려 가도 좋다는 말에 잘 됐다 싶었고 집에서 생활은 빨래부터 세끼 밥까지 해결이 되니 휴가중인 슬이아빠한테는 아무 불편함이 없었다. 단지 아침저녁 데려 오고 데려다 주는 일을 도와준 것이 다다.

 

조금이라도 아는 게 있다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 우리 아파트에 작은 도서관이 생긴다 하여 많이 반가웠고 환영했었다. 달리 말해 작은도서관이지만 내가 맡고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었다. 내겐 또 다른 도전이고 늘 도전과 새로운 길을 묻는다는건 내 자신에 용기가 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 앞에 서서 막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귓구멍이 간질거린것이다. 도서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앞으로의 문제들에 걸림돌은 분명하다. 이리하여 오늘로서 갈등하고 고민하던 작은도서관 관장자리에선 마음을 놓아 버렸다. 밤새 생각해도 버리긴 아까운 자리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돌보미를 선택한 건 나름 보람되고 일을 하면 할 수록 마음을 굳히게 만들었다. 앞으로 나는 아이돌보미라는 이 수단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에서 떨어져 남에게 맡겨진다는 것은 한편 가엾은 맘이생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하면서 한숨 지을거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너무 씩씩하고 너무 당돌하게 말도 잘 한다. 서영이 준이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하기...사랑해. 이것으로 짧은 사랑 긴 이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