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첩/아이 돌보미

동현아~ 어부바~ 어부바~

삼천포깨비 2011. 10. 26. 21:18

 

 

 

14개월 동현이...

장난감이 싫증나고 잠이 오려 할 때 어부바~ 하면 가장 좋아라 하며 등짝에 달려든다.

그렇게 한 달을 동현이 업고 시장으로 마트로 시내에서 우리집까지 걸었다.

업힌 채 잠이 들면 고개를 뒤로 제치는 바람에 걷는 건 포기하고 택시라도 잡아 타야 한다.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아이에게나 나한테 20여분 걷기엔 문제도 없었다.

 

어느날 감기기운으로 동현이와 나는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게 되었다.

동현엄마가 집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현이는 엄마를 계속 찾았다.

아이가 아프기도 했지만 떨어졌을 땐 엄마를 찾지도 않던 아이가 엄마~엄마~ 하면서 울부짖을 땐 감당이 안 되었다.

그 순간이 길게 가지 않아 다행이다 하면서 진땀을 뺐다.

그렇게 하루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내일 또 아이가 엄마만 찾을까봐 맘이 편치 않았다.

몸이 나아지면서 동현이는 잘 웃었고 씩씩하게 잘 놀았다.

휴....

 

사실 내가 아이를 잘 못 보는게 아닌가 하여 자꾸 자신 없어졌다.

동현엄마가 속으로 못마땅해 하는게 아닌가도 싶지만 모른 척 하였다.

어떡하든 동현이랑 친해져서 사이좋게 놀아야 하는게 내 임무다.

꽤 친해졌음에도 엄마가 휴식하는 시간에는 엄마한테 안겨서 엄마 가슴을 뒤지는 동현이다.

 

오늘 기분 좋다.

무엇보다 동현이 건강한 모습 보니까 날 듯 하다.

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이 눈웃음지으며 몸을 흔들어 보이며 나를 맞는다.

좀 이른 시간에 가면 잠을 자거나 아침을 먹거나 목욕을 하는 중이었는데 동현이도 기분 좋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목욕하고 똥 싸고 밥 먹고 할 거 다 했다는 것이다.

 

동현엄마는 작업한다며 방문 닫았고 동현이와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혀 놓은 거실은 따끈따끈하다.

장난감으로 노래가 나오는 책으로 가지고 놀면서 노래만 나왔다하면 바로 몸을 흔들거린다.

아침 늦도록 열시간을 넘게 잤다는 동현이는 한시간 반쯤 지나자 하품을 시작하였다.

자장자장하면서 품에 안고 흔든지 얼마되지 않아 동현이 곧 잠에 빠졌다.

어부바 할 생각도 엄마가 곁에 있는데도 엄마 찾을 생각도 없이 잘 놀았고 잘 자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이제 나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 하자고 다짐했다.

'활동수첩 > 아이 돌보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0) 2011.12.08
엄친아 동현이  (0) 2011.11.24
주말은 유진이와 다모랑  (0) 2011.10.24
아이들과 더불어 인생을...  (0) 2011.08.22
뽀뽀쟁이 다모는 삼식이. 유진이는 삼순이..  (0) 201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