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는 일에 잠시 무덤덤해 있을지라도, 나로 인해 그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변화가 생긴다면 그일은 이미 직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직장인이 아니고 사명인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사명을 잊고 있으면 세상은 불편해지고 고통으로 번지게 됩니다. 자기의 사명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이미지메이킹의 첫번째 개념, 즉 참아아 발견입니다.-
페이스북에 들어 갔다가 김경호교수님의 글을 보고 진지하게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요즘 나를 둘러 싼 일과 내면에 갈등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요즘 내게 두시간의 일이 맡겨 졌다. 잘 알지 못하는 가정이었다면 분명 안하겠다고 했을것이다. 몇 달을 방문하던 가정이었고 이미 정이 들었던 아이라 마다하지 못했다.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나면 집을 나오기도 했지만 조금 기다리다 엄마를 만나고 오기도 한다. 엄마는 제대로 대접을 못하는 것에 많이 미안해 했다. 다른 집에는 어떤 반찬으로 식사 해결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 집이 그집이고 거기가 거기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마침 나가는 길이라며 내 집까지 태워 주겠다하여 그 고마움에 난 다시 답장을 한다.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집에 뛰어 들어 가서 양념 닭갈비 한 팩을 전했다. 엄마는 더 고마워 하며 몇번이나 고개를 숙인다. 직장 다니며 살림하고 아이 챙기고 혼자 계신 아버지까지 찾아 봐야 하는 고운 엄마다. 더 줄게 있다면 아낌없이 더 주고프다. 그래서 내 직업이라기 보다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이만하면 누구보다 생생한 사명감으로 사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속에 갈등과 충돌 그칠 날 없는건 무엇인가. 그것마저 의식하지 않으려 난 애 많이 쓰는 중이다. 전과 다르게 새벽에 눈 떠서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그래도 일 하러 가는 시간 맞추려면 한참이나 남아 있다. 더 느리게 움직이자니 모든게 느려 진다. 컴 켜는 시간도 느려지고 청소기 돌리는 시간도 느려지고 설겆이 하는 시간도 느려진다. 음식 쓰레기 버리는 시간도 느려진다. 느려지는 것이 미루는것이다. 그러다 보면 빼 먹는다. 다 빼 먹고 걷잡을 수 없는 공허감에 빠진다. 완전 고립무원 그 자체로 하루를 견딜 뿐이다.
하루 두 시간의 일거리에 원망스럽지도 않다. 내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겠다고 나서야 한다. 새로운 삶의 선택이 다름아닌 장사뿐이다. 정확하게 말 하자면 돈을 벌어야 한다. 남편이 여전히 문제였다. 담주 화요일 원자력 병원 예약해 놨다. 원하는 서류 준비 완료다. 이제 병원 다녀 오면 아프다는 소리를 안 들었으면 한다. 부지런한 남자로 부드러운 남자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나도 나를 버렸다. 욕심도 버리고 꿈도 버렸다. 많은 시간이 아니지만 꽤 힘들었다. 다시 책을 낸다고 인생이 뒤바뀌는 것도 아닌데 괜한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전혀 아님을 왜 모르겠는가마는. 시를 쓰겠다고 허파에 바람 잔뜩 불어 넣었던 내가 우습긴 하다. 남편이 돈 벌어 줄 자신 없다고 이혼 해 달라고 할 때 속으론 이런 날도 있구나 하면서 기뻣다. 막상 갈 곳 없어 망설이던 자신이 한심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이 다행이다. 내 길이 다시 또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연결 되었다고 해도 좋다 이거야. 지금 내 곁에 아무도 없어도 좋다 이거야. 아픈 남편 고쳐서 살겠다 이거야. 이제 갈등 끝이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