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어? 할매~ 언제 왔는데에?"
"아까..."
"머하러 오셨노?"
"니 보러 안왔나?"
"오셨음 지한테 와야지 거서 모합니꺼?"
"요서도 니가 보인다."
"아이고~ 그래도 가게에 와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가셔야제..."
"가게로 오이소."
"여서 한잔 마셨다."
마치 입 무거운 사람이 겨우 입을 달삭거리듯이 쌀 성님은 짧은 대답으로 웃기만 하신다.
진주 할매가 한마디 한다.
"누우서도 보이는데 멀라꼬 일나서 뚜디리 맞노?"
"예??"
"옛날에 방 좁은데 한 방에서 다 잤다 아이가? 부부가 부시럭대고 일을 한창하는데 작은 놈이 일어나 앉아 쳐다 보다가 한대 쥐어 박히고 징징 짜는걸 보고 형아가 하는 말이 '야~~!! 이 자슥아~ 가마이 누우서도 보이는데 머 할라꼬 일어나서 뚜드리 맞노?' 이켔단다. 요기서도 니 얼굴 다 보인다 그말이다."
"우~ 헤헤헤~ 할매들 말 하는거 다 알아먹질 못해도 맨날 들어도 재밌네."
진주 할매가 또박 또박 통역하고서야 무슨 뜻인지 알고는 배꼽잡고 웃었다.
시계를 보니 한시다.
점심시간인데 마수한 할머니들은 아무도 없었다.
밥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밥집아줌마가 궁금한지 골목 안에서 나와 한바퀴 돈다.
선이 할매가 밥이나 먹자고 지나가는 밥집 아줌마에게 주문하라고 눈치를 했다.
철띠기 할매가 장사도 안되는데 굶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없어서 배 골았지만 지금은 와 굶을끼고? 묵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묵자."
"마따... 자슥들이 엄마가 배 골고 있다고 눈 하나 깜짝 안할기구만..."
"손주새끼들한테도 옛날 얘기 해주면 밥 없으면 라면 먹지...하드라. 그 세상에 라면이 어딨다고 그런 소릴해쌌는지..."
"즈그가 아나? 아무것도 모르니까 라면 얘기 하는거 아이가?"
"그때 세상엔 낭구 안 해온다고 눈치보고 콩 쑨다고 팔이 팅팅 붓도록 고생하고 죽도록 일했는데 요즘 그런 고생이 어딨노?"
오늘 할머니들이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틈을 타서 넉두리가 계속 이어진다.
시키라는 밥은 시킬 생각은 않고 니가 고생 많았니 내가 고생 더 많았니 하면서 정답게 다툰다.
옛날에 없는 형편살이 다 끄집어 낼 작정을 한것 같았다.
처음하고는 번짓수가 다른 이야기들로 이러쿵 저러쿵 계속 떠들어댔다.
흩어졌던 햇살이 수그러진다.
한쪽으로 기우는 그림자에 저녁이 되었음 알린다.
하얗게 표백된 양산을 접고 얼마간 넓어진 시장통에 사람들이 북적이는가 하더니 이내 조용하다.
내일 장에서 만나자고 인사하면서 일찍 시장통을 떠나는 할머니도 있었다.
오늘따라 참 재미없다.
지나가는 사람 생김새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엉덩이보다 허릿살이 더 많아서 걸을 때 마다 디룩 디룩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올뻔 했다.
종아리까지 주름이 쪼글 쪼글 잡힌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찍찍 끌고 오는 여자도 있다.
커다란 젖탱이가 출렁거리는데 노브라에 착 달라붙은 쫄티를 입은 여자를 보니 민망스럽기만 하다.
튀어나온 젖꼭지나 감출 일이지...
수박언니도 동시에 보았는지 내 눈과 마주치자 망신스럽다는듯이 입을 실룩댄다.
대충 이런 식으로 산다는 표시를 내는건지 원...
여자 망신 다 시킨다고 중얼 중얼대니 슬이아빠가 "그렇게 하라는 여자는 안하고 꼭 안되는게 눈 베리게 한다"고 불만이다.
법이 통과되면 잡혀갈거란다.
무슨 법인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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