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이야기

천석아~ 만석아~

삼천포깨비 2005. 6. 28. 23:49

진주할매가 갑자기 "아야!!"하고 가게 안에서 뛰쳐나왔다.

"먼데에??"

모두가 휘둥그레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쥐한테 물릿다."

"에??"

"내 살다 살다 생전에 쥐한테 물릿다는 소리 첨 듣는다."

"성님~ 쥐한테 물리면 천석아~ 만석아~ 하고 불러야 조타."

"천석아~ 만석아~는 와 부리노?"

"천석아~ 하고 부리면 천석꾼으로 살고 만석아~ 하고 살면 만석꾼으로 산다카네..."

"누가 물리서 아파 죽겠는데 천석아~ 만석아~ 부를끼고?"

"아고~ 나는 천석이도 만석이도 안 불러서 천석꾼 만석꾼으로 살기 틀린네..."

"아야~~!! 소리부터 나오지 천석이 소리가 나오나?"

"봐라~ 피가 제법 나오네..."

"병원에 뛰 가봐라."

"이 정도가꼬 병원에 가면 우얄라꼬? 가게에 쥐땀시 찐드기 붙여 놨드니 쥐가 붙어서 있길래 띨라카이 바로 콱 물어삔다."

"에구~ 에구~ 그런다고 찐드기에 붙어 오도 가도 못하는 쥐한테 물리나?"

"우리 요오 있는 할매하고 또 같다. 벅시(벅수=바보)다... 우리 할매는 오른쪽 손가락 짤라놓고 대일밴드를 왼손에 붙이드만..."

김치가게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손가락을 칼에 베였나보다.

단단하고 야무진 할머니가 한참을 일하는데 손락이 쓰렸다는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칼에 베인 자국이 있는 손가락엔 밋밋하고 다른 손가락에 대일밴드가...

 

비가 그렇게도 많이 온다는데 철띠기할매가 리어카를 끌고 시장에 들어왔다.
일기예보를 안 믿으시는거 보니까 믿는데가 따로 있나보다.
철띠기할머니는 밖을 몇번이나 내다보다가 비가 안 오길래 나왔다고 한다.
모두가 이제 장사 때려치우자고 입을 모으고 있을때 철띠기할매는 운이 따라주는거 같았다.
생선할머니들이 거의 안 나오신데다 비도 한 차례 쏟고는 오질 않아서 일찌감치 다 팔고 가신다.

팔을 흔들면서 가는 폼이 닐리리야~

 

서너시가 다 되어도 매상이 오를 기미가 없어서 한 숨을 쉬니까
대포띠기 할매가 순대시키고 밤깍는 할매가 김밥에 라면까지 시키고 철띠기할매가 김밥 두줄이나...
덕분에 좀 살았다.
쏘대이모하고 진찬이아지매 하고는 마주보고 과일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와서 진찬이아지매 자두와 쏘대이모 자두를 번갈아보더니 누구걸 살건지 망설였다.

진찬이아지매 자두가 약간 더 빨갛게 익어서 한그릇에 이천원으로 세일했는데 손님은 쏘대이모 푸른색과 빨강색이 띠는 자두를 더 비싼데도 사간다.

진찬이아지매가 하는 소리가 걸작이이다.

발가이 맛나게 생겼는데 익었다고 안 사간다면서 투덜대더니
옛날에 남정네가 첩까지 두고 살았단다.

하루는 집을 나갔다 들어오니 첩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금방 목욕을 한듯 첩이 너무도 이뿌게 보여 "아이구야~ 얼굴이 발가니 참 이뿌다~"하니 

안방에서 마누라가 "영감~ 내도 씻어서 발가이 누웠는데요~" 하면서

은근히 들어오길 기다렸단다.

영감이 하는 소리가 "너무 빨개도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