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찌는듯한 무더위와 쏟아붓는 빗줄기에도 한푼이라도 벌기위해 앉아 있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성한데 없는 몸을 이끌고 약봉지를 손에 꼭 쥔체 “사이소! 사이소!”를 외치는 누님이 있습니다. 이장 저장을 오가며 이리 부대끼고 저리 부대껴도, 내일의 희망을 말하며 쓴웃음 짓는 형들이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네 시장입니다.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들이 힘에 부치고 어려워도 자식을 생각하고 손주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어 이리도 악착스럽게 장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들어 장사가 신통찮고 예전보다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에 저려오는 갑갑한 마음이 있어 저희를 안타깝게 합니다.
존경하는 사천시민 여러분!
초대형할인매장이 삼천포에 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말이 매장이지 그 규모가 너무 엄청나서 서울, 부산에 있을 법한 규모의 대형매장이 삼천포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생각하여도 열악한 지역환경 때문에 업체 수익성을 담보할 그 어떠한 보장도 없는데 말입니다. 소비하는입장에서의 대형매장의 입점은 다양한 소비기회와 편리한 소비생활을 제공해 주는 방편일 수는 있어나 그 부작용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간과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제일 먼저 시장통의 몰락과 동네슈퍼들이 문을 닫게하고, 식당가, 패스트푸드, 서점 하물며 약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며 문을 닫고 삼천포를 떠나는 이웃들이 줄지어 발생할 것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시대흐름에서 서민경제의 큰 축인 영세상인들의 생계가 거대자본을 가진 재벌과 외국기업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할 위기에 있습니다. 돈만 된다면 구멍가게라도 차려서 이익을 추구할 집단이 그들입니다. 영세상인들이 죽든 말든, 지역경제야 어떻게 되든 말든 말뚝부터 박아보자는 심사이고, 영세상인보호를 위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서둘러 출점하겠다는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천의 경우, 몇몇 수산. 관광업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소득을 올리는 데가 없는 실정이고, IMF이후 추락의 끝자락을 쥐고 있는 서민경기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현 여건이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이시기의 대형매장입점은 영세상인들의 폐업과 파산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대한 엄청난 파장을 불고 올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 탑마트의 후폭풍보다 열배이상의 위력 앞에 서민경제는 결국 파탄의 길로 들어설 것이고, 대형매장은 순풍에 돛단 듯 활개를 치며 우리의 굴복을 강요할 것입니다.
사천시민여러분! 가만히 앉아서 저들의 농간에 놀아날 것입니까? 아니면 결사의 의지로 저들의 물리적 폭압에 맞설 것입니까? 양자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이후, 지역을 사랑하는 양심적인 시민에게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기 위해, 아니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아빠.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치의 양보와 물러섬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팔월십칠일
우리 사천지역 대형할인매장 입점저지 범시민 비상대책위는 현행법의 철저한 보호(?)와 시측의 방관자적 묵인아래,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저들의 기만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무책임한 그 어떠한 세력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결의로써 우리의 입장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하나. 법적인 결격사유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면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만 보고 있는 사천시와 의원들은 각성하라!
하나. 시민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업체를 위한 평가가 되버린 교통영향평가를 재검토하여 현실적인 교통영향평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사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라!
하나. 사천시는 대형매장 신축예정지 내의 시도로 부지 58-11번지의 용도폐지, 매각을 불허하라!
하나. 대형할인점의 무분별한 입점을 규제할 제도적장치의 마련과 지역영세상공인을 위한 지원책 및 종합적인 활성화방안을 제시하라!
이상으로 우리의 호소를 마치면서 이시대의 약자인 지역소상공인들은 기존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집단이 아니며, 시민들의 보다 더 나은 소비기회를 박탈하는 무지몽매한 자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오늘의 이문제는 일부 장사하는 사람들의 편협된 이기주의가 아니고, 외부거대자본의 중소도시지역에 대한 대규모투자가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자업체의 이윤만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작태가 각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데 기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보다 나은 지역의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진정어린 마음의 움직임이며 애향의 실천이고자 합니다. 아울러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 8. 17.
사천지역 대형할인매장 입점저지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책위원장 중앙시장번영회장 채명수
한국음식업중앙회사천시지부장 김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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