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추석 연휴로 가니 못 가니 고민이 많다.
찾아 뵙지 못해도 선물이 대신해 주면 얼마나 반가우랴.
남자들이야 여기 저기 돈 드는 걱정에 한층 부담스럽고 한숨이 절로 나오겠지만 어디 여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다 늙어 아무것도 못할것만 같은 할머니가 장보러 오셨다.
“제사 안 지내는 집에 한번 살아 봤음 좋겠다.”
“사십년을 하다보이 내도 그러쿠며 산다.”
마른 생선 파는 선이할매는 고기 사러온 할머니를 냉큼 쳐다보더니 과부가 홀애비 사정 안다는듯이 달랜다.
대목장치고는 너무 한산하여 티비에만 눈이 간다.
재래시장엔 발길이 점점 떨어지는데 대형마트엔 한가위를 맞는 분위기가 너무 호화로와 보인다.
거의가 선물셋트로 두껍고 딱딱한 종이박스에 완벽한 보호를 받고 있다.
유리병에 든 커피는 그렇다치고...
깡통 통조림도...
삼푸 치약 비누도...
받고 나면 아무 의미없는 포장에 무슨 속셈인지 빤한거다.
은도금 멸치가 사백만원, 와인 한병이 천칠백만원, 조기 한상자는 사십오만원이란다.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선물인지 아는 사람없수?
은도금 멸치고 지랄이고 삼천포 죽방멸치가 최고다.
옷을 잘 입은 멸치는 은도금 멸치보다 맛이 못한지는 은도금 멸치를 먹어보지 못한 관계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진짜 맛나다.
멸치는 옷을 얼마나 잘 입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굳이 멸치에 은칠하고 포장지에 금칠한 선물보다 삼천포 죽방 멸치 주문하길 바란다.
멸치잡이하는 선원까지 멸치가 제 값을 받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는 말을 했다.
젤 큰 원인은 학교 급식을 하다보니 집에서 도시락을 싸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급식에 멸치를 볶아 주느냐... 전혀 아니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먹어 본 적이 없다니 믿을 만한 이야기다.
또 군대에서 멸치를 볶아 주느냐...그것도 노우~
왜? 한참 성장하는 어린이에다 청년들에게 그렇게 좋다는 칼슘의 왕이라는 멸치를 국가적으로 추천을 하지 않는걸까...
각 가정에서도 도시락반찬용으로 멸치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멸치를 볶고 조리고 무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지경이면 멸치를 선물해도 안 먹는다?
우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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