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풍경

야한 밤을 위하여 족발을...

삼천포깨비 2006. 4. 5. 23:52

 

족발이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나여?

일단은 맛을 보시라니깐요.

통째로 들고 가서 썰면서 한 잔씩 하는 재미도 있고요.

손에 묻히기 싫다면 멋지게 썰어 포장됩니더.

 

"오늘 만큼만 장사 재미나면 장사 할 맛이 나겠다"며 슬이아빠는 기분 좋은 표정입니다.

두번째 족발을 삶아내기는 손 꼽을 정도로 드물기도 했지만 썰어서 포장만 해 놓으면 덜렁 사가는 손님이 있어 기분 좋았나봅니다.

며칠째 말 없던 사람이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하는거보니 제 맘이 다 놓입니다.

늦은 시간이 되어도 밥 먹을 생각도 못하고 일에 바빴습다.

 

낯선 사람이 두리번 거리며 시장통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뜨였습니다.

"뭐 찾으세요?"

"여기는 먹거리 골목같은게 없어요?"

"다른 도시처럼 먹자 골목은 없어도 이런데서 먹기도 하고 그래요."

"멀 드실건데요?"

"막걸리 같은거요."

"제가 사다드릴께요. 여기 앉으세요. 어디 멀리서 오셨어요?"

"서울서요..."

"요기 족발하고 드이소. 막걸리 사다드릴테니..."

 

서울에서 관광 오신 분이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 하여 얼른 자리에 앉으라 권했습니다.

하이 막걸리 한 병 사서 내어 드리고 족발을 한접시 드렸죠.

눈 깜짝 할 사이에 족발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슬이아빠가 가자미를 썰어서 무쳐서 서비스로 드렸더니

막걸리 한 병 더 주문합니다.

소주 두병에 막걸리 두병에 족발 한 접시 얼마냐고 하여 만 삼천원이라 했습니다.

맥주 있으면 두병 주라고 하드니 삼만원을 주는겁니다.

슬이아빠와 저는 펄쩍 뛰면서 돈 만원을 도로 내어 드리고 만 팔천원이니 이만원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서울 손님도 한 순간 착각을 하였다면서 이만원 준다는게 그만 삼만원이 나왔다는거였습니다.

"어이쿠~ 큰 일 날 뻔 했네... 밤새도록 내 돈 만원...하면서 잠도 못 잘 뻔 했네..."

"우리도 안 받을라 했어예."

슬이아빠나 서울손님이나 막상막하로 잘 만난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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