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망할 놈의 하루...

삼천포깨비 2006. 4. 11. 23:14

비는 계속 내리고 젖은 길엔 마치 은박이 한 듯이 꽃잎이 널려버렸다.

떼죽음을 작정했는지 많이도 떨구었다.

어제 오늘 온 종일을 시나브로 내리었는데 그만한 비에 지쳐버리다니 망할놈의 꽃이구나 싶다.

반가운 친구가 잠시 다녀 갈 때도 기분이 이랬다.

보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 만났지만 갈 길이 바뻐 서둘러 떠날 때 어찌나 밉던지 속으로 망할 놈이라고 했던것 같다.

하여튼 벚꽃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졌다.

 

"어머! 떡볶이 맛있겠다~"

지나가는 아가씨가 떡볶이를 보고 같이 먹고 가자며 손을 잡아 끈다.

"이거 하나 먹어봐도 돼요?"

"맛 보시게요?"

나는 아가씨의 물음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쑤시개 하나를 건냈다.

"먹어보고 맛 있으면 살께요."

암말 하지 말고 먹든지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니 더 기분 나빴다.

지금까지의 장사 경험으로 봐서 맛있다며 담아 달라는 사람 못 봤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맛은 있는데 매워서 못 먹겠어요."

그러면 그렇지...

아가씨는 매워 죽겠다는듯이 손으로 입에다 부채질하며 이쑤시개를 내려 놓는다.

첫 손님부터 기분 망쳐 놓았으니 오늘 일진 별루다 싶었는데 정말로 그랬다.

 

일찌감치 마친다고 했는데도 열시가 넘었다.

집에 오면 할 일이 없는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달랑 이 닦고 세수하고 이제 잠 잘 차례이다.

푹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