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차례 마음 먹은대로 산행을 결심했다.
귀농이야 나 혼자만의 호기스런 장담에 불과했는지 모르지만 길은 있을것이라 본다.
아주 간단한 산행이라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전에 삼천포 각산 약수터에도 채 못가서 되돌아 오던 생각하면 대단한 용기였다.
멀리 보이던 금학산 꼭대기가 눈어림 짐작에도 꽤 높아 보였다.
하지만 한두시간 거리밖에 안된다는 말에 깜박 속았다?
일차로 계곡에 앉아 오이 하나 우걱우걱 씹으면서 갈증 달랬다.
다시 오르는 길 조그만 가면 곧 정상에 닿으리라는 희망에 아픈 다리도 참아내며 걷고 오르고 헐떡거렸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무슨 이야긴가 계속 쫑알 거렸던걸로 아는데 한참을 침묵속이다.
힘이 들어 말 할 힘을 잃은것이다.
-다 왔어요?
-아니. 조금만...
-아우. 나 죽겠넹.
-ㅎㅎ 힘내.
4월의 따스한 봄날에 바싹 마른 가랑잎 밟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겨울동안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다는 걸 보여주듯 무릎까지 쌓인 낙엽이 장애물이 되었다.
낙엽아. 너는 대체 무엇이냐..
어떤 내용을 담고 여기 존재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아마도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 모른다.
아직도 정상이 안 보이는데 절벽같은 바위가 눈 앞에 버티고 있다.
밧줄을 잡고 올라 가든지 빙 둘러 가야한다.
장갑 낀 손이 미끄러지면서 아래를 내려 보려니 아찔했다.
그래도 올라 가느니 내려서 돌아 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밧줄에 매달린 채 이런저런 생각들이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오르기 위해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에 침을 묻히고 밧줄을 잡고 온 힘을 다 해 올랐다.
신기하게도 내가 올라가고 있었다.
역전에 용사?였다는걸 이제야 알았다.ㅎ
바위끝을 오르고도 한참을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세시간 반.
힘들여 왔던 길을 돌아서서 한참 동안 유심히 바라 보았다.
홍천군 홈피에 사진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남노일을 굽어 흐르는 노일강 물줄기다.
금학산 정상에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조금 내려 가서 점심 먹을 자리를 골라 앉았다.
푹신한 가랑잎을 깔고 앉으니 배고픔 보다 피곤함이 스며드는지 졸음이 밀려왔다.
-앗. 다람쥐다.
-오모나...
다람쥐를 가르키는 손 끝을 따라 발견한 내 눈은 피곤함도 잊고 얼굴에 웃음이 퍼진다.
귀여운 다람쥐는 점심시간을 기다려 달려 왔는지 모른다.
다람쥐와의 짧은 점심을 끝내고 다시 일어나 걸었다.
올랐으니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발끝이 아팠다.
내리막도 수월한게 아니다.
봄 햇살이 뽀얀 사월 산행으로 일주일 몸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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