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에서 갓 건져 올린 갑오징어 새끼다.
끓는 물에 데쳐서 접시에 담고 슬이아빠 올 때 까지 기다리려니 입 안 가득 군침이 돈다.
눈 앞에 먹을 것을 두고 먹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귀한 음식이라 슬이아빠가 좋아 할 모습 떠 올리니 몽땅 다 주고 싶기도 했고,
하나 먹어도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6시 이후는 음식을 삼가하는게 좋을것 같아 참는 것이기도 하다.
10층에 현이씨가 얼마되지 않아도 맛있게 먹으라며 접시에 담아왔다.
꼴뚜기도 아니고 호래기도 아니고 등딱지에 손가락처럼 둥글고 긴 뼈가 툭 튀어 나온게 신기했다.
갑오징어 새끼라는 말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하고 손잡이 냄비에 물을 담아 렌지에 올렸다.
금새 팔팔 물이 끓기 시작하고 그대로 부어서 잠시 젓가락으로 뒤적여 소쿠리 바쳐 건져냈다.
또 좋은 이웃을 만나 예전에 먹는 것과 전혀 다른 맛을 보게 된것이다.
요즘 왜이리 바쁘게 사나 할 정도로 시간이 빠듯하여 매일 써야 될 이야기도 중간중간 끊어지고 있다.
무엇을 한다는 것도 없는데 아침에도 모닝 커피 한 잔 할까요..하면서 문자가 날아 온다.
11층에 올라가 커피 마시고 숙이씨 댄스 타임에 맞추면 내 스트레칭 타임은 꼭 십분 정도 늦어진다.
거기다 오늘은 교통사고로 두달만에 만난 코치와 스트레칭은 평소보다 빨리 끝냈다.
약간의 미련을 커피로 때우고 휴대폰 문자 확인하고 11시에 맞춰 둘이씨 깨웠다.
네에~잠에 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얼른 오라는 말과 동시에 끊고 런닝머신에 올라가 음악에 맞춰 뛰었다.
삼십분쯤했을까 둘이씨 한쪽 구석에서 뛰는 걸 보고 땀이 흠뻑 젖어 흘러내리는 얼굴을 수건으로 훔치고 다시 속도를 올려 뛰었다.
1시간을 채우고 쉬엄쉬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둘이씨 운동 다 하길 기다렸다.
같이 목욕탕에 갔고 벌써 열탕에 숙이씨 발만 담근 채 앉았는데 온 몸이 땀을 쏟고 있다.
1시반에서 두시쯤 목욕탕에 나오면 숙이씨가 점심을 차리고 같이 먹게 된다.
오늘은 조금전 연안을 끝냈다며 와룡 골짜기로 산책이 어떤지 묻는 문자가 왔다.
망설임없이 그러겠다고 답장을 하고 2시반에 입구에서 만났다.
누구나 만날 때 하듯이 반갑다며 손을 내밀지만 웃음으로 대신했다.
나란히 걸으며 논길치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걸어 저수지 한바퀴돌아 어느새 아파트 입구였다.
논엔 보리가 꽤 자라 있다.
옛적엔 문둥이를 구해 준 보리밭인지 이상한 관계를 맺어 준 보리밭인지 그냥 보리밭을 보니까 엷은 웃음이 샌다.
보고 있는 이 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보리라고 했다.
그렇구나 하면서 보리밭을 가로 질러 길을 향해 걸었다.
작년엔 이 논두렁에 쑥을 많이 뜯었는데 올핸 무엇이 바쁜지 쑥 캘 시간도 없었다.
쑥 얘기를 꺼냈더니 쑥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어떤 할머니가 경노당에 오랜만에 나갔더니 모두들 궁금해 했다.
할머니는 그간 이야기를 했다.
얼마전 쑥 캐러 갔다가 어떤 놈한테 당해서 몸살을 하다 겨우 추스리어 나왔다고 말했다.
다음날 할머니가 경노당에 갔더니 아무도 없드라는 것이다.
할머니 모두가 쑥 캐러 갔다나....
간만에 만나서 한 유머 하신다.
보리밭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를 지나서 카페에 들어섰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갈증 달래며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까 하는 약속도 없이 아쉬운 인사를 해야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슬비가 시험치는 날이라 어떤지 걱정하면서 핸드폰 없이 나온게 맘에 걸렸다.
핸드폰을 빌려 슬비랑 통화를 했다.
시험은 잘 못 쳤다는 말에 공부하다 자는 애를 깨우지 않았던것과 새벽에 깨워 달라는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내버려 둔 내 잘못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 일어나 산보를 같이 했던 분과 헤어져 집에 왔다.
핸드폰에는 슬비가 벌써 여러차례 부재중 통화가 있었고 둘이씨 문자가 와 있다.
황사도 심한데 사돈 데이똥 즐겁쏘^O^
백주에 데이트라기 보다 산보내지 산책이 어울리겠다.
친구에게서 5일날 보자는 문자가 왔다.
서울 아니라 안산이라고 했더니 안산 아니라고 한다.
안산에서 수원으로 바뀐것과 수원에서 볼 일을 보고 영등포에서 찜질방 번개 한다는 걸 카페에 들어 와 알았다.
삼천포에서 서울 올라 온다고 벙개 친 모양인데 조횟수 140인데 댓글은 한자리 숫자다.
글 올린 친구가 난감해 할지 당사자인 내가 난감해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카페에서 여기저기 클릭하면서 댓글이나 달아 보려는 참에 현이씨 전화가 온다.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가 꼼짝을 않고 있어서 그냥 코드를 빼 버릴까 물어 본다.
바로 올라 가서 강제 종료를 하고 다시 부팅시켜 주었다.
프로그램에 한글타자 연습하는 곳을 찾아서 자판기부터 외우라 하였다.
별것도 아닌것에 자꾸 고맙다는 인사가 야단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에 아마 현이씨가 컴퓨터에 익숙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게 되면 자연 알게 되겠지.
남편이 바다에서 금방 건져 가져 온 갑오징어 새끼에 난 더욱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퇴근하자 샤워하는 동안 소쿠리에 받혀 있던 갑오징어 새끼를 접시에 담고 어제 먹다 남은 숭어회와 같이 상을 차렸다.
안 먹던 술을 찾는다.
술 마셔서 어쩌려고 그러냐 했더니 배린 몸이라며 먹고 죽자 한다.
캔 맥 하나와 소주 반병으로 회는 그대로 둔 채 갑오징어 새끼 담은 접시를 말끔히 비웠다.
내가 입도 대지 않아 얼마나 맛이 좋은지 알 길 없지만 갑오징어 새끼가 슬이아빠 저녁 값을 넉넉히 한 셈이다.
곧 야윈 몸 바로 눕히더니 곤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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